용인 일대 골프장「환경평가」무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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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번 중부지방 폭우에서 큰 인명피해를 낸 경기도 용인지역 산사태는 이 지역에서 9개 골프장을 건설중인 태영건설을 비롯한 건설업체가 침사조 설치, 8등급 이상의 녹지보전 등을 의무화하고있는 환경처의 환경영향평가협의 내용을 무시, 마구잡이로 공사를 강행한 것이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들 골프장 중 코리아골프장 등 5개 골프장은 승인면적을 초과, 산림을 불법 훼손해 원상 복구 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환경처는 골프장건설업체가 이 같은 환경영향평가협의 내용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경기도에 공사중지 요청을 하지 않았으며 경기도는 골프장 부지 인근 주민들의 대책마련 요구를 묵살하는 등 감독관청의 사후관리도 허술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무시=23일 환경처에 따르면 산사태로 일가족 5명이 압사한 용인군 원삼면 죽능리·목신리 인근 구봉산기슭에 골프장을 건설중인 태영건설은 공사과정에서 토사의 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공사장 3곳에 모두 7천8백4입방m의 침사조를 설치토록 한 환경영향평가 규정을 무시하고 규정의 6.4%인 5백입방m의 침사조만을 설치, 공사를 강행했었다.
환경처는 이에 따라 기습폭우가 쏟아지면서 토사가 흘러 넘쳐 산기슭 마을을 덮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태영은 산사태 예방을 위해 산림이 조성된 8등급 이상의 녹지는 보전토록 한 환경영향평가사항도 무시하고 산림을 훼손했는가하면 산을 깎을 수 있는 최대 절토 제한 높이(15m)를 어기고 더 깎아 내렸으며 이에 따라 암반이 드러나고 지반이 약화돼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매몰사고가 발생한 용인군 일과면 뉴골드골프장, 내사면 고려골프장 등도 최대 절토 제한 높이 등 환경영향평가 규정을 어기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토사가 밀려 내려와 가옥 20채와 농경지 10여만평이 매몰된 일과면 화산일리의 화산골프장, 기흥읍의 남부골프장, 내사면의 아시아나 골프장도 소음과 진동이 심하지 않은 폭약을 사용토록 한 협의내용을 지키지 않았다.
피해주민들은『고성능 폭약을 사용했기 때문에 지반자체가 흔들려 방재 능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산림훼손=용인군에 따르면 코리아골프장(일과면 서리)은 승인면적 30만평보다 2천8백50평을 초과, 불법공사를 하다 적발돼 지난 5월17일 복구명령을 받고 6월14일 검찰에 고발됐다.
고려골프장(내사면 평창리)은 승인면적 42만평보다 2천7백83평을 초과 훼손, 지난 4월20일 복구명령을 받았고 5월17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밖에 화산·아시아나·신월드 골프장 등 3개 골프장도 1백평에서 최고 1만9백평까지 불법으로 산림을 훼손하다 적발됐다.
◇감독소홀=환경영향평가협의 내용의 이행여부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환경처와 경기도는 감독 소홀과 함께 우기대비책을 전혀 세우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영향평가의 이행여부에 대한 감독책임은 1차적으로 골프장 승인권을 위임받아 행사한 경기도에 있으나 경기도는 지난 5월27일 이후 작업계에 세 차례 공문을 발송, 환경영향 평가규정을 지키도록 지시했을 뿐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으며 환경처는 분기 당 1회씩 사후 점검해 협의내용을 심하게 위반했을 경우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야하나 지금까지 이행 촉구 공문만 보냈을 뿐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골프장 건설현황=현재 사업승인이 난 전국의 골프장은 모두 1백37곳으로 45곳이 운영중이고 79곳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 건설중이며 13곳이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다.
이중 경기도에만 27곳이 운영중이며 35곳이 건설중이다.
또 12곳은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사업승인을 신청했으며 6곳은 현재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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