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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객석] 유럽의 경험 서울서 펼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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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2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무대에 오르는 오페라'라보엠'(www.2003laboheme.com)에서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온 정상급 성악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한국인 성악가들이 화제다. 유럽 굴지의 오페라극장에서 활동 중인 테너 배재철(34.로돌포 역.(右))과 소프라노 전소은(38.무제타 역.(左))이 그 주인공들이다.

테너 배재철은 "로돌포처럼 우유부단하고 예민한 성격은 예술가들의 전형"이라며 "'라보엠'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뮤지컬로 여러 차례 개작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프라노 전소은의 얘기는 이렇게 이어졌다. "미미가 안으로 고통을 삭이는 여성이라면 무제타는 바깥으로 발산하는 스타일이다. 2막의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시선을 한몸에 받으니 기분 나쁘진 않다. 삶을 즐기기 위해 시의원 알친도르와 함께 다니지만 사실 마르첼로를 잊지 못한다."

배씨는 한양대와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을 졸업하고 바르셀로나 비냐스 콩쿠르에서 최고 테너상을 수상했다. 국내 무대에서 '라보엠'에 출연한 것은 지난 4월 뉴서울오페라단의 무대에 이어 두번째.

하지만 그 사이에 그는 유럽 오페라극장에서 객원 가수에서 전속 가수로 격상됐다. 독일 자르브뤼켄 오페라극장과 계약을 하고 2004~2005년 시즌부터 '일 트로바토레''루치아''라보엠''돈 카를로'에 출연하는 것.

지난 5월 영국 카디프의 웨일스 국립오페라에서도 같은 역으로 출연해 호평을 받았다.

당시 영국 더 타임스는 "단 한번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서정적인 목소리, 정말 미미를 사랑하는 남자"라고 썼다. 지난 7월에는 야외 오페라로 유명한 핀란드 사본린나 오페라 축제에 3년째 출연,'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 역을 맡아 대형 야외무대의 감각을 익혔다.

전씨는 유럽 무대에서 소프라노의 꽃인'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을 60여회 출연해온 성악가. 1996년 국립오페라단의'청교도', 99년 김자경오페라단의'라 트라비아타'에서 주역을 맡았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유학, 무대에서 만난 지휘자 리카르도 세레넬리와 결혼해 유럽에서 활동 중이다. 02-581-137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라보엠=푸치니 작곡의 오페라. 파리 라탱가 다락방에서 추위와 허기에 싸우다가 골목 카페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얘기다. 1849년'보헤미안의 생활'이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상연된 후 2년 만에 '보헤미안의 삶의 장면'으로 출간된 소설을 오페라화했다. 뮤지컬'렌트'에 이어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로 상연된 '라보엠'은 미국 오페라 극장 협회가 집계한 최다 상연작으로 손꼽힐 정도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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