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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은 인류정신 문화 뿌리"|국제학술대회 유치 산파역-경희대 김태곤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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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 각국의 무속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견주어보 는 본격적인 국제샤머니즘 학술대회가 22∼28일 처음으로 한국(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려 시선을 끈다.
미국·소련·인도·불가리아·칠레·나이지리아 등 26개국 l백 31명의 학자들이 참가하는 이 대회의 산파역을 한 김태곤 교수(55·경희대 국문학)는 이 행사가 『세계 샤머니즘 연구사에 남을 기념비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기대로 막바지 준비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샤머니즘은 인류의 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인류정신 문화의 근원이자 마지막 보루』라는 그는 『샤머니즘 연구가 현대문명 사회가 안고 있는 다각적 역기능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샤머니즘의 지역적 실상」을 주제로 하는 이 학술대회는 88년 유고 자그레브에서 열린 국제민족학 대회에 참석했던 김 교수의 논문 「한국샤머니즘의 유형」이 각국 학자들의 관심을 끈 것이 계기가 됐다.
결국 이 대회의 말미에 30여개국 학자들은 샤머니즘에 대한 국제간의 학술정보 교류·공동 조사 등을 목표로 한 국제샤머니즘학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는 것.
김 교수는 이곳에서 3명의 공동회장 중 동양지역 회장으로 선임됐고 90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모임을 갖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동양의 샤머니즘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1회 학술대회를 서울로 유치하게 됐다는 것이다.
『문명 일변도로 치닫는 현대인들의 위기 의식 속에 샤머니즘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세계 도처에서 고조되고 있다』는 김교수는『이번 대회에서는 각국의 샤머니즘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며 그 지역 사람들의 정신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가 검토된다』고 덧붙인다.
샤머니즘과 예술·의학·민속·종교·이론 및 철학 등 5개 분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 학술대회에는 한국은 물론 시베리아·미국 등 일부지역의 무당들도 초청 받아 참석한다.
특히 개회 첫날에는 시베리아 야구트지역과 한국 무당들이 굿판을 벌이게 되며 이들 참석자들은 서울 근교 굿당을 찾아 한국의 장군굿·진오귀굿·신굿 등을 지켜보게 된다.
경희대 민속학 연구소장이기도 한 김교수는 『각국 학자들의 토론과 굿판들이 결국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를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무속학자로 손꼽히는 김 교수가 전국 방방곡곡의 굿판을 그 동안 「수천회」나 찾아다니면서 무속연구에 심취하게 된 것은 대학시절 한국문학사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한국고대사 및 고대소설을 아는데 신화연구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부터.
『밥 먹고 그것만했다』는 그는 20여년의 굿판 조사로 3천∼4천여명의 무당들과도 교분을 쌓아오면서 『한국무속연구』 『한국무속도감』 『한국무속총서』등 모두 l8권의 관련 서적을 출간했으며 원광대 재직시절 이곳에 무속박물관을 만드는 등 학문적 성과를 쌓아왔다.
국제샤머니즘학회는 2년마다 국제학술대회를 열 예정인데 이번 대회의 발표 논문을 엮어 논문집을 내고 시베리아 무속 공동 탐사반을 구성, 그 지역 무속을 집중 연구할 계획이다. <고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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