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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 재심 여부 놓고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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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신정권의 대표적 용공(容共) 조작사건으로 논란을 빚어온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인혁당 사건)의 재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특별심리가 24일 열려 변호인단과 검찰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金秉云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심리에서 이 사건으로 사형 당한 8명의 유족 측 변호인단은 "의문사진상조사위에서 '중앙정보부가 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의문사위 결정은 판단 자료로 하기는 하지만 법원의 재심을 판단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당시 중앙정보부 수사팀장 등에게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온 만큼 이에 따라 재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이 정도는 재심을 판단하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재판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재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혁당 사건은 대학생 등의 반정부운동이 한창이던 1974년 4월 "북한 지령에 따라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민청학련'을 조종해 국가를 전복하려 했다"며 중앙정보부가 23명을 구속 기소한 사건이다.

1년 뒤인 75년 4월 8일 대법원은 도예종.서도원씨 등 8명에게 사형을, 15명은 무기징역~징역15년의 중형을 확정 판결했다. 8명의 사형수들은 이례적으로 바로 다음날 사형이 집행돼 당시 국제법학자협회가 '사법 암흑의 날'로 규정했었다. 현재 생존자는 9명.

사건은 의문사위가 당시 사건 관련자를 숨겨줬다는 혐의로 복역하다 숨진 장석구씨 사건에 대해 2001년 3월 직권 조사 결정을 하면서 재조명을 받게 됐다. 지난해 9월 의문사위는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조서가 위조되는 등 당시 사건 자체가 정보부에 의해 조작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사형수들의 유족들은 지난해 12월 서울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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