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지식IN ' 된 여고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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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농어촌 지역에 사는데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제 내신은 2등급이고 수능 점수는 영역별로 알려드릴게요. 저는 어느 대학에 지원하는 게 좋을까요?"

"중소기업에서 회계일을 하는 30세의 만학도입니다. 수도권 지역에 취업자 특별전형으로 진학할 수 있는 4년제 대학이 있을까요?"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문답 커뮤니티인 지식in에는 하루에도 5~6건씩 부산 예문여고 김형길(38.사진) 교사에게 도움을 구하는 글이 올라온다.

대부분 수험생이지만 진로를 고민하는 초등학생이나 대입을 꿈꾸는 만학도도 그에게 'SOS'를 보낸다. 각 대학의 수시.정시모집이 있는 시기에는 하루 100여 건의 질문이 올라온다.

김 교사는 이들이 희망하는 대학의 올해 입시 경향과 지원 가능 점수, 희망 학과의 교수진과 졸업 후 전망을 분석해 최대한 성의껏 조합을 찾아준다. 막연히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에게도 성적과 성격, 성별을 고려해 성의껏 답해준다. 한 질문에 할애하는 시간은 평균 30분. 3년 전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두 시간 이상씩 걸렸다. 시간을 아끼려고 대학별 전형요소와 반영비율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간 휴일은 물론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답변한 질문이 7030건. 휴일을 제외하면 매일 10여 명과 5~6시간씩 1대1 상담을 한 셈이다. 질문이 폭증하자 네이버는 2005년 김 교사를 위한 1대1 문답 코너를 마련했다.

평범한 생물 교사이던 김 교사가 네티즌의 '진학 해결사'로 변신한 것은 2004년. 3년간 고3 담임을 맡은 후 쌓인 정보를 모아 인터넷 카페(cafe.naver.com/unidream)에 올렸다. 부족한 정보는 대학에 직접 문의하고 지방대의 경우 지역 정보에 밝은 인접 고교 교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방대와 전문대 정보, 농어촌특별전형.만학도특별전형.취업자특별전형 등 소수를 위한 정보는 우선적으로 처리했다.

"상위권 대학은 사람들의 관심도 많고 정보도 많거든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저를 찾는 사람 먼저 도와줘야죠."

김 교사는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정보보다는 지역 대학의 전년 합격선, 전형별 전략 등 알짜 지식만을 골라 모았다. 그는 어느새 네티즌 사이에서도 유명인이 됐다. 2006년에는 네이버의 '명예지식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질문자 수가 늘면서 미처 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많아졌다. 학교일을 하고 남는 시간을 다 쏟아부을 정도로 희생이 따르지만 "돈도 체력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봉사"라는 생각에 보람이 앞선단다.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준 정보가 정말 절실해요. 정보가 부족해서 길을 못 찾는 이들에겐 유일한 희망이거든요." 이제 그의 바람은 더 많은 이들이 정보 제공에 동참하는 것이다. 최근 카페 운영을 돕기 위한 8명의 자원봉사자도 뽑았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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