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로 한 해 최대 12조 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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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단순 집회 2억3716만원, 종로 불법 시위.행진 683억여원, 광화문 불법 점거집회 776억여원….

불법.폭력 시위가 한 번 열릴 때마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무조정실의 의뢰를 받아 내놓은 시위와 집회에 따른 사회적 비용 추정치를 계산한 결과다. KDI는 보고서에서 2005년에 열린 1만1036건의 집회가 모두 불법.폭력 집회라고 가정할 경우 전체적으로 12조319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806조여원의 1.53%에 이르는 규모다.

지금까지 불법 파업과 시위가 경제성장률을 한 해 1%씩 줄였다는 추정치는 있었으나 시위로 인한 사회적 총비용을 계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 대상은 1999년 '무최루탄 원칙'이 천명된 이후인 2000년부터 2006년 8월까지 1000명 이상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 2417건이었다.

KDI는 시위에 참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직접적 생산 손실과 함께 교통 체증과 인근 지역 영업손실 등 간접적인 손실도 금액으로 환산하는 작업을 거쳐 손실액을 추정했다고 밝혔다.

◆종로 불법집회 한 번에 684억원 피해=KDI는 교통체증이나 시위지역 인근 영업점의 손실이 거의 없는 여의도 단순집회의 경우에도 한 번에 2억3700만원의 사회적 비용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참여 인원이 늘고 교통체증.영업손실을 유발하는 도심 집회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KDI 측은 주장했다. 평균 2413명이 참가해 2시간30분가량 지속된 서울 종로에서의 불법시위(평일 기준)는 한 번에 683억9723만원의 비용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36개 중대 3780명의 경찰이 투입되는 데 1억2200만원, 교통지체 비용 1억1900만원, 영업점 손실 55억2800만원, 국민의 심리적 부담 625억5000만원 등이다.

KDI 측은 시위 장소와 발생 요일.지속시간 등에 따라 비용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모두 고려할 경우 2005년 불법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모두 12조319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KDI의 추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위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경우 손실 유발액은 지난해 6조원 정도로, 불법시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KDI 측은 주장했다.

◆추계 적정성 논란=그러나 피해 비용 추계가 정확한 근거를 가졌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위로 인한 비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국민의 심리적 피해의 경우 시위 발생 지역의 주간 인구에 대해 22만원가량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계산했지만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또 한번 시위가 발생했을 때 지역 상인들의 피해를 46만~48만원으로 계산했는데 이 수치는 모두 설문에 의존한 것이다. 경찰관과 전.의경 동원 시 시위 시간과 전후 1시간씩 임금을 계산했지만 이들이 시위에 동원되지 않았더라도 임금은 받게 되기 때문에 중복계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무조정실 이병진 기획차관은 "불법 시위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계량화해 볼 필요가 있어 용역을 의뢰했다"며 "하지만 각종 정성적 피해를 금액으로 합리적인 기준으로서 환산했는지 여부는 검증작업이 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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