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거품 걷어내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중국 대륙이 주식 열풍에 휩싸이면서 중국 정부가 열기 식히기에 나섰다. 31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은행감독위원회(CBRC)가 시중은행들의 주식투자자금 대출을 금지하고 시중 자금 대출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들어 집을 담보로 대출받으러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로 무리하게 자금을 마련해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증시 과열의 원인 중 하나가 불법적으로 중국에 유입되는 수백억 달러의 핫머니로 보고 흐름을 감시하기 위한 금융정보기구 설립을 검토중이다.

청쓰웨이(成思危) 전인대 부위원장(국회 부의장에 해당)은 이날 "중국 증시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며 "중국 상장기업의 70%가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 너도나도 펀드 열풍=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중심가인 왕푸징(王府井) 인근의 공상(工商)은행 객장. 주식 열풍을 타고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중국에선 基金이란 부름)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 문을 열기도 전에 몰려든 인파로 장사진을 이뤘다. 왕씨(50.사업)이라고만 밝힌 중년 남자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좀 사보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집 사람들이 지난해부터 펀드에 가입해 100%의 수익률을 올렸다기에 나도 펀드에 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요즘 경제중심지 상하이(上海)의 풍경은 더 심했으면 심했지 다르지 않다. 증권사 문이 열리자마자 시세판이 잘 보이는 앞 자리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간다.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교대로 줄을 서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현상은 2001년부터 5년간 침체됐던 중국 증시가 지난해부터 되살아나면서 중국 전역에서 매일 반복되고 있다. 아파트.자동차 등 돈 되는 물건은 무엇이든 은행이나 심지어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이른바 '묻지마 투자'도 횡행하고 있다.

중국등기결산공사에 따르면 올 들어 20 여일 간 중국 증시 A주를 사기 위해 계좌를 새로 개설한 사람은 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서 미처 계좌를 트지 못한 사람들은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불법 사설 펀드로 몰려가고 있다. 한 금융계 인사는 "베이징에만 사설 펀드 가입자가 1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돈이 몰리면서 상하이 증시는 지난해 130% 상승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가파른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국 주식형 펀드도 지난해 하반기 수익률이 40.42%, 2006년 전체로도 75.36%에 달했다.

◆ 정부 과열 경고, 약발받을까=상푸린(尙福林) 증권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증권사들이 증시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증권사들이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아줌마들을 버스에 태워 객장으로 실어 나르는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중국 정부의 연이은 강경 발언과 조치로 31일 상하이종합지수는 4.92%하락했고, 선전시장의 성분지수는 7.62%나 빠졌다. 상하이종합지수 하락폭은 지난해 6월 7일 기록한 5.33% 하락 이후 최대폭이다.

하지만 중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은 여전하다. 토지나 채권에 비해 주식의 수익 전망이 여전히 밝기 때문에 웬만한 정부대책으로는 밀려드는 자금흐름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흥시장에서 300억 달러의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템플턴 애셋 매니지먼트의 애널리스트 마크 모비우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소비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여전히 중국 증시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윤창희.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