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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축구처럼 … 발레단에도 2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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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발레단에도 프로야구, 프로축구와 같은 2군이 생긴다.

유니버설 발레단(단장 문훈숙)이 3월 창단하는 'UBCⅡ'가 그것. 국내엔 최초의 2군 발레단이지만 해외 유명 발레단엔 2군 발레단이 많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ABT 스튜디오 컴퍼니',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의 'NDT 2'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의 2군 발레단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메인 무용단에 입단하기 전 거쳐야 하는 주니어 무용단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국내에선 고등학교 졸업 뒤 대부분 대학 무용과로 진학하는 터라 주니어 성격의 2군 발레단을 운영하기 힘들었다. 이런 실정에서 유니버설 발레단이 "프로 무용단이 할 수 없는 틈새 공연을 통해 발레의 외연을 넓히겠다"며 2군 발레단을 발족한 것은 새로운 실험임에 틀림없다. 초대 예술감독을 맡게 된 백연옥(48)씨로부터 'UBCⅡ'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왜 2군 발레단을 만들었나.

"두 가지 이유다. 발레단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과 단원들의 '교육 효과'다. 우선 60여명의 정단원, 15명의 준단원으로 구성된 메인 발레단은 워낙 덩치가 크다. 급변하는 대중의 욕구를 순발력 있게 대응하기 버거운 측면이 있다. 반면 15명 내외로 구성될 'UBCⅡ'는 적은 단원 수만큼 다양한 레퍼토리와 실험성 높은 작품을 능동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또 하나 연수 단원이나 신입 단원은 공연에 서는 경우가 적어 실력을 쌓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적다. 운동 선수가 실전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처럼 무용수도 결국 무대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무용과 졸업생들에게 취업 기회를 넓혀준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은데.

"현재 1년에 배출되는 발레 전공자는 무려 500여명에 육박한다. 이들 중 프로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10%도 못 미친다. 15명이 작긴 하지만 다른 발레단에도 하나의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신예들에겐 2군 발레단 경험을 통해 직업 무용수로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메인 발레단이 클래식 발레 위주라면 'UBCⅡ'는 컨템포러리(현대)발레에 중점을 둔다. 9월 무대에 오를 창단 공연도 오하드 나하린의 현대 무용인 '마이너스 7'(사진)이다. 'UBCⅡ'의 가장 큰 모토는 대중과의 호흡이다. 그래서 발레를 접하지 못한 지방을 직접 찾아가기도 할 것이며, 기업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공연'도 할 계획이다. 주부들이 많이 찾는 문화센터나 백화점도 무대가 된다."

-어떤 사람이 단원이 되는가. 또 수입은?

"3월11일에 첫 오디션을 한다. 18세에서 26세까지, 발레 전공자뿐만 아니라 현대 무용 전공자도 응시할 수 있다. 발레.현대 무용 구분없이 멀티 플레이어 무용수를 만드는 게 우리 무용단의 또 다른 목적이다. 연수 단원이 월급을 받지 않는 것처럼 'UBCⅡ'단원 역시 따로 월급은 없다. 다만 공연 수당이 돌아간다. 그래서 더 많이 공연을 해야 한다. 온실 속에서 보호받지 않고 냉정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발레단 모델을 만들겠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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