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공해 농산물 품질기준 애매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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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공해 없는 식품에 관한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백화점과 대형슈퍼마킷 등은 비료없이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거나 수경 재배한 저공해 야채코너를 다투어 신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는 유기농산물에 관한 이렇다할 품질기준이 없고, 유통체계도 확립되어 있지 않아 문제의 소지가 되고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부터 자체 브랜드를 붙인 상추를 선보였다. 경기도 하남시의 가나안 케일농장과 위탁재배 계약을 맺어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세계 영등포점, 미아점은 5월초 각기 10평과 5평 규모의 저공해야채 상설매장을 만들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지하식품매장에 지난 2일 풀무원제품 등 기존에 취급하던 유기농산물 외에「저공해 야채코너」를 마련, 철원·양구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했다는 상추·쑥갓·시금치·근대·아욱 등 주로 근채류와 엽채류를 직송 판매하고 있다. 7월중에는 현대무역센터 점에도 저공해 야채코너를 개설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도 7월 중순께 본점과 잠실점에 각10평, 영등포점에 5평 규모의 유기 농산물 야채코너를 신설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 유기농산품의 가격은 일반농산품보다 15∼20%가 높다.
한국에 유기농산물이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75년 기독교 농민들이 정농회를 조직, 생산품을 시중에 내놓고부터다.
78년에는 한국 유기농산물환경연구회가 조직되어 현재는 유기농사를 짓는 전국 1만2천여 농가가 가입되어 있다. 이 연구회는 지난해 3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안에 유기농산물 유통본부를 세워 가입농가의 생산물유통을 7%의 수수료를 받고 대행하고 있다.
그밖에 87년 설립된 풀무원을 비롯하여 가나안·만나원 등 10여 개의 군소업체가 유기농산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90년 1년간 한국에서 유통된 유기농산물 매출액을 관계자들은 약25억원으로 추정한다.
그중 70∼80%를 풀무원·한국 유기농연구회·가나안 등 세군데가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90년 규모의 약 40∼50%정도 매출액이 신장될 것으로 각 백화점 식품부 담당자들은 전망한다.
이렇게 저공해 유기농산품에 대한·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는데 비해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는 이렇다할 품질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저공해식품이라고는 하지만 품질을 확신할 수 없는 몇몇 백화점등에서는 그들이 농가와 직접 계약재배를 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즈음하여 한국 식품유통학회(회장 권원달)는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있는「유기농산물」을 주제로 한 학술발표회를 열어 눈길을 모았다.
이날 발표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유기농산물에 대한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일반농산물보다 값이 비싸고 공급량이 일정치않으며 포장이 불량한 것 등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실제로 유기농산물의 정의가 일정치 않은 것(김태영 유기농업 환경연구회 유통 본부장 지적)이 커다란 문제로 유기농산물에 관심 있는 소비자를 당황케하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종숙 연구원은 한마디로 비료를 쓰지 않고 키운 것이 유기농산물이라지만 실제로 시장에 나와있는 유기농산물들은 전혀 쓰지 않은 경우부터 통상 기준량의 50%까지 덜 쓰는 경우 등으로 질이 다양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국의 농업여건을 고려하여 현실에 맞게 유기농산물·준 유기농산물식으로 몇 단계의 품질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가격과 품질에 대한일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소비자교육, 유통업체의 홍보, 소비자협동조합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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