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쏙!] "자녀 행동 잘 살펴 숨은 적성 찾아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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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영재 판별에 조바심내기보다는 일단 이것 저것 다양하게 가르쳐 보세요. 늦게 트이는 아이도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해요."

"아이의 타고난 적성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이 물론 최선이지요. 어떤 적성을 타고났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학습, 경험, 활동에 아이를 노출하고 세밀하게 관찰해야 해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갖게 되는 고민 중 하나가 '아이에게 적합한 교육'이다. '사고뭉치 내 아이가 혹시 영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품은 부모라면 '영재 교육'부터 떠올리기 십상이다. 반대로 아이가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 높은 교육을 억지로 시켜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하는 부모도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부모들로서는 이에 대한 답을 얻기가 쉽지 않다.

한솔영재교육연구원 오영주(사진) 원장은 이런 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려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보통 아이들의 숨은 영재성을 조기에 발굴.교육하는 다양한 분야의 콘텐트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그의 일이다.

미국 퍼듀대 영재교육연구소 자문위원,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연구원 연구원을 거쳤고 민족사관고 신입생 선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던 오 원장을 만나봤다.

-아이의 영재성과 잠재력을 찾아내려면.

"사람마다 타고난 적성과 그 정도가 다르다. 아이가 어떤 분야의 영재성을 갖고 태어났는지를 알아내려면 부모는 먼저 아이가 평소에 무엇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분야의 질문을 많이 하는지, 어떤 TV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등 평소 생활을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해 본다.

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호기심과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연극, 음악회, 박물관, 동물원, 과학관 등을 자주 찾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모임을 만들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게 좋은 예다. 집안 곳곳에 여러 종류와 수준의 책(또는 악기, 기계, 도구 등)을 아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방법이다."

-영재와 문제아는 백지 한 장 차이라는데, 아이를 문제아로 만들지 않고 영재성을 키워주려면.

"영재성의 크기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그 영재성의 계발은 후천적인 교육에 의해 결정된다. 영재성의 정도를 정확하게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부모는 알맞은 교육 기회를 적시에 제공해 영재성을 가시화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 다음엔 아이의 능력, 수준에 맞는 적절한 교사를 연결해 준다. 발표회나 전시회, 각종 대회 참가 등 호기심, 관심, 열정을 표출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아이의 능력과 현재의 성취 수준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학습할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아이의 잠재 능력에 맞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아이의 잠재 능력과 현재의 학업 성취 수준을 고려하지 못한 교육은 영재뿐 아니라 보통 아이 모두에게 해가 된다. 유아 때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참가시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영재가 아닌 아이에게 영재교육을 하는 것이 문제이지 영재에게 영재교육을 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하다고 본다. "

-아이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위해선 적성 발견이 중요한데, 분야별 적성 발견의 시기는.

"영재성을 일찍 파악해 그에 맞는 교육을 하면 더 좋긴 하다. 그러나 영재성의 분야에 따라 타고난 적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음악.미술 영재성은 아주 어린 4세 때부터 발견되지만 신체적 영재성은 대근육과 소근육이 다 발달한 초등학교 후반부인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발견된다는 게 그간의 연구 결과다. 수학.과학적 영재성은 기초학문의 연마가 끝나가는 중.고교 때부터 발견되고 언어적 영재성은 그보다 더 늦게 발견된다.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되 영재성 여부를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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