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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여름 연극무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장마철 장대비처럼 볼만한 연극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여름방학에 맞춰 젊은 연극팬들을 겨냥한 화제작이 속속 선보이는 가운데 지난달 끝난 「사람의 연극잔치」 최우수작 재공연까지 겹쳤다.
최근 가장 재미있는 연극으로 꼽히는 것은 뮤지컬 『넌센스』다. 『캐츠』와 『셸부르의 우산』 등을 공연했던 극단 대중이 만든 『넌센스』는 연극의 「재미」를 특별히 강조, 관객들의 기호에 부응하고 있다.
『넌센스』의 재미는 5명의 일급 여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는데서 나온다. 우상민·민경옥·김지숙·노영화·양금석 등 여성5인조는 각각 빼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배우들인데 어렵게 한자리에 모였다. 노래와 춤과 연기를 함께 보여주는 어려운 형식임에도 불구, 역량 있는 5명의 배우가 눈에 보일 정도로 치열한 연기대결을 벌임으로써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특히 민경옥의 시원한 노래솜씨와 김지숙의 모자라는 듯한 기억상실증 연기 등이 팬들을 사로잡는다. 수녀들의 장기자랑이란 내용도 일반인의 흥미를 자극하는 한 요소다.
그 결과 『넌센스』에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져 3∼4일분이 미리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극단측은 16일부터 하루 두 차례(오후 4시30분·7시30분)로 공연횟수를 늘리고 8월말까지로 예정된 공연기한도 없애고 「무한공연」을 선포했다. 강영걸 연출, 인켈아트홀. (744) 9377.
이어지는 화제작은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아가씨와 건달들』.
극단 가교의 『말괄량이…』는 역량 있는 연극배우출신 탤런트들이 한꺼번에 출연해 화제 다. 박인환·최주봉·윤문식·김진태 등 중견배우들이 셰익스피어 초기의 재치 넘치는 대사를 쏟아낸다.
이 작품 역시 셰익스피어의 장엄한 비극과 달리 엎치락뒤치락하는 사랑놀이를 소재로 「재미」를 강조했다. 17일까지 매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문예회관대극장. (762) 5231.
『아가씨와 건달들』도 재미면에서 빠지지 않는다. 극단민중의 이번 공연은 지난해 롯데월드예술극장에서 호평받은 작품으로 83년 초연당시의 오리지널 멤버들이 다수 출연한다. 20일부터 25일까지 문화체육관. (745)5608.
이같은 대형작 외에 『백구야 껑충 날지마라』(극단 목화),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극단 산울림) 등 소극장공연도 탄탄한 연극으로 호평 받으며 관객을 모으고 있다.
연극애호가들에게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은 「사랑의 연극잔치」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사로잡힌 영혼』과 『외로운 별들』의 재공연.
국립극단의 『사로잡힌 영혼』은 행사기간 중 최고작으로 평가받았으나 관객들이 적어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었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화가인 오원 장승업의 예술혼을 소재로 삼아 다소 무게 있는 작품인데 대형스크린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등 참신한 연출로 연극적 재미가 뛰어나다. 23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소극장. 김아라 연출. (274)1l5l.
『외로운 별들』은 청소년연극의 수작으로 손꼽힌다. 청소년극을 고집해온 동랑청소년극단 작품으로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있는 부유층자녀의 조기유학 붐을 설득력 있게 꼬집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축제기간 중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발길이 뜸해 아쉬움을 남겼다. 14일부터 20일까지 국립극장소극장. <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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