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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찮은 뒷맛 수서 1심판결/사회(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경찰청 발족 앞두고 「지휘규칙」 파문/「강군 치사」 재판 최악 소란으로 얼룩
○내무부서 수정안 수용
○…주초부터 불붙기 시작했던 경찰청 위상을 둘러싼 내무부와 경찰의 갈등은 좀처럼 꺼질줄 모르고 확대됐으나 5일 내무부가 전격적으로 경찰 수정안을 받아들여 서둘러 진화됐다.
파문의 발단은 1일 실무차원에서 작성한 「내부부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에 관한 규칙」안을 의견조회 형식으로 치안본부에 보낸 것이 언론에 보도돼 화근.
주로 총경·경정급 등 경찰 중간간부들이 반발,파문은 확산됐고 그동안 경찰이 골깊게 품었던 설움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처음에는 청독립을 위한 절차사항을 경찰이 잘못 이해한 것으로 치부,대수롭지 않게 여기려했던 내무부도 진통이 계속 커지자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사태진화에 나서 경찰 수정안을 수용하는 선으로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의 집단행동이 문제돼 징계론이 거론됐고 서울시 특례법 시비로 한차례 곤혹을 치른 내무부가 또다시 산하기관과의 다툼으로 망신을 당한 셈이어서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간에 후유증이 남을 것 같다.
○법정모욕에 강경선회
○…4일 오후 서울지법 서부지원 113호 법정에서 벌어진 극심한 법정소란은 시국사건에서 보여왔던 소란과는 달리 변호사가 폭행당하고 법정이 난장판이 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강경대군 상해치사 전경 5명에 대한 첫 공판에서 벌어진 소란은 변호인의 정당한 변론권까지 문제삼아 행패를 부렸다는 점에서 법치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로 비춰졌다.
그러나 재판장이 이러한 소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방관하는 태도를 보여 사태가 더욱 커지도록 한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같다.
법정의 권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와 방청객의 노력으로 세워지는 것임을 감안할때 시국사건에 임하는 일부 재판부의 무사안일과 소극성이 먼저 타파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이 뒤늦게 법정소란 방지대책 마련에 나서고 대한변협도 법정에서의 변론권 보장대책 강구를 촉구하는등 모처럼 법조계가 한목소리를 내고있으나 결과는 어느정도일지 두고볼 일이다.
○6명은 집유로 풀려나
○…수사착수때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어오던 수서사건 1심공판이 관련피고인 구속 4개월20일만에 마무리돼 실형을 선고받은 3명을 제외한 6명의 피고인들이 풀려났다.
뇌물액수가 많은 이원배·이태섭 의원과 장병조 전청와대 비서관이 6∼5년의 실형을 받았고 정태수 한보회장 등 나머지 6명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재판 결과는 일반의 예상과 너무 일치해 진부하다는 느낌까지 갖게했다.
재판부의 판결 이유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옮긴듯해 검찰의 수서사건 본질을 캐내려는 적극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형량을 정하는데 많은 고심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여론과 법률적인 평가사이의 「저울질」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었다.
정치자금이냐,뇌물이냐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측간에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나 재판부가 결국 뇌물로 인정한 것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심 마비현상에 경총을 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사연구속 공안논쟁
○…지난달 27일 국군기무사와 치안본부가 서울사회과학연구소(소장 김진균 서울대교수) 연구원 6명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한데 대해 학계·교육계에서는 학문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공동대책위원회가 결성되고 서명작업이 벌어지는등 지난 한주동안 규탄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번 사건은 공안당국이 구체적인 운동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석사논문과 단행본의 게재내용을 문제삼았다는 점에서 순수한 연구활동만으로 국가보안법의 적용을 받아 구속된 첫번째 사례가 됐다.
특히 이번 사건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5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개정한지 한달여만에 발생해 공안당국이 법률개정 이후 오히려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있다.<엄주혁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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