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터뷰] 전윤철 원장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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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종로구 삼청동. 북악산을 배경으로 마치 산사(山寺)처럼 고요하던 감사원이 요즘 긴장에 휩싸여 있다. 한 고위 간부는 "호떡집에 불난 듯하다"고 표현했다.

11월 10일 전윤철 감사원장이 취임한 이튿날 차관급인 사무총장 등 1급 이상 다섯명이 모두 사표를 냈다. 차관급인 감사위원.사무총장으로 옮긴 두명 외에는 감사원을 떠났고 1급 네 자리가 비었다. 유례없는 대폭 인사다.

田원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이 많은 국장급은 거취를 고민하라" "공부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역설하고 있다. 감사원의 외형적인 조직뿐 아니라 내부 깊숙한 곳까지 바꾸겠다는 의지다.

감사원을 발칵 뒤집은 田원장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것은 37년간의 공직생활을 통해 쌓은 예산분야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이다. 그는 우리나라 공정거래 제도를 만든 장본인이며 예산분야에도 정통하다. 반면 공공부문 개혁 등 과거 공직에 있으면서 추진했던 정책이 감사원장으로서의 업무수행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월 말 경제부총리를 마치고 공직을 떠났던 田원장은 9개월여 만에 화려하게 관직에 돌아왔다. 1996년 수산청장을 마칠 때 '공직은 끝'이라고 생각했다가 이듬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복귀한 뒤 경제부총리까지 올랐던 그로서는 두번째 '부활'이기도 하다.

공직생활 초기 그의 '관운'은 보잘것없었다. 동기생들이 4~5년 만에 된 과장 자리에 오르는 데 8년9개월이 걸렸다. 그의 별명은 '전 핏대'다. 경제기획원 간부 시절 무리한 정책에 공개적으로 항의하던 소신으로 얻은 별명이다.

감사원 개혁은 회계검사권을 둘러싼 국회와의 힘 겨루기, 감사의 '성역'을 둘러싼 정치 공방 때문에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전윤철 원장 약력

▶1939년 전남 해남 출생▶서울고·서울대 법대 졸업▶행정고시(4회) 합격▶법제처 사무관▶경제기획원 예산실 총괄심의관·물가정책국장·기획관리실장▶수산청장▶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기획예산처 장관▶대통령 비서실장▶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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