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자금 위기 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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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카드업계 1위인 LG카드의 현금서비스 중단 사태가 나흘 만에 극적으로 해결됐다.

LG카드 채권단은 23일 밤 LG카드에 대한 자금 지원 조건을 놓고 LG그룹과 마라톤 협상을 한 끝에 2조원을 긴급 지원해 LG카드의 자금난을 해소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카드는 중단됐던 현금서비스를 24일 재개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LG카드에 대해 내년 3월까지 2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모든 채권의 만기를 1년간 연장해 주기로 했다.

또 이미 담보로 잡은 LG카드의 매출채권 10조4천억원에서 나오는 현금 수입 약 월 1천억원을 모두 받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LG그룹 구본무(具本茂)회장의 개인 보증은 받지 않기로 했다.

채권단은 그러나 LG카드가 경영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LG그룹 대주주 등이 보유한 LG카드 보유 지분을 소각한 뒤 2조원의 대출을 모두 출자전환해 LG카드를 국내외 유수의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LG카드는 앞으로 LG카드 소지자에 대한 현금서비스 한도를 고객이 지금까지 실제 이용한 금액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LG카드는 지난 21일 자금 부족으로 현금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데 이어 22일부터 현금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LG카드는 전체 가입 회원이 1천1백만여명으로 하루 평균 1백70만명이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규모는 평일에는 하루 평균 1천억원, 주말에는 5백억~6백억원에 이른다.

LG카드 회원은 주말 동안 현금서비스를 받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고, 현금서비스 수요가 다른 카드사로 몰리는 바람에 자금난이 카드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였다.

특히 삼성.국민카드 등 다른 신용카드사도 23일 일제히 LG카드에 중복 가입한 회원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여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해 온 일부 회원이 연체자가 될 상황에 빠졌다. 카드업계는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LG카드의 회원이 1백10만명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LG그룹은 지난 20일 채권단이 2조원을 신규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具회장의 ㈜LG 지분 5.46%(21일 종가 기준 1천3백27억원)▶具회장과 LG 대주주가 보유한 LG카드 지분 16%와 LG투자증권 지분 4.4%(시가 2천2백억원 상당)▶LG카드의 매출채권 10조4천억원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확약서를 제출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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