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중 이등병 "파병 반대" 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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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휴가 중인 육군 모부대 소속 강모(22)이등병이 귀대를 거부한 채 21일부터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농성을 벌였다.

대구 가톨릭대 학생회 간부 출신인 강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이등병의 편지'를 통해 "이등병인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라크 파병이라는 결정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장교와 사병을 죽음으로 내모는 결정"이라면서 "국토와 국민을 보호하는 국군이 침략전쟁의 도구로 쓰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성 결심에 대해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부모님의 모습이 가슴을 쳤지만 파병이 현실화되면 자식잃은 모든 부모님의 눈동자가 가슴을 칠 것 같아 불효를 무릅쓰고 결심을 굳혔다"며 파병결정이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하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7월 입대했으며 이날 자정이 휴가 귀대시한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연 것 자체가 군인복무규율 위반인 만큼 자대 복귀 시간까지 기다린 뒤 신병처리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군형법 제30조는 군무 기피 목적으로 부대 또는 직무를 이탈한 경우 2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하고 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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