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미국 '브래지어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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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중국산 브래지어 등 섬유제품의 수입 증가율을 잠정적으로 7.5%로 제한하겠다는 미국의 결정에 대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자 미국이 한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20일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및 차별 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하며 WTO에 제소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중국은 이날 주중(駐中) 미국대사를 불러 항의의 뜻도 전달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산 콩 구입을 위해 시카고로 파견하려던 구매사절단의 방문을 취소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 조치도 취한 상태다.

중국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압력에 부응해 미국산 자동차를 대량 직수입하기로 하고, 보잉사의 항공기도 여러대 구매키로 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보호무역 조치를 취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팀장인 스티븐 더너웨이도 미국의 이번 조치가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라며 중국 측 입장을 거들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측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도널드 에번스 미국 상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마이애미에서 "이번 조치는 장기적인 것이 아니며 고율 관세를 매겨 문을 걸어잠그겠다는 뜻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국을 방문 중인 부시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션 매코맥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중국 제품의 수입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기업들에 경쟁력 회복에 필요한 일시적인 시간을 주자는 것"이라고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매코맥은 "미국은 자유무역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말도 했다.

미국 섬유업계는 중국 제품으로 인해 1997년 이후 2백50여개의 공장이 문을 닫았으며, 최근 3년간 실직자가 3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2001년 이후 중국산 니트 의류의 수입 증가율이 2만8천%에 달했으며, 가운은 9백5%, 브래지어는 3백83%라는 수치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무역마찰로 인해 달러화 약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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