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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과학의 날 기념 '과학문화 국제콘퍼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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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과학의 날(11월10일)’을 맞아 한국과학문화재단이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마련한 ‘과학문화 국제컨퍼런스’가 성황리에 마쳤다. 참가자들은‘과학과 사회의 대화’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에 앞서 최영환(67) 과학문화재단 이사장과 에커하르트 빈터(45) 독일‘대화하는 과학재단’부이사장이 만나 양국의 과학문화 현실과 발전 방향을 짚어봤다. [편집자]

▶최영환 이사장=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벽, 과학과 대중의 벽이 과학문화 확산에 장애물이다. 양측의 간격이 너무 넓다. 서로 이해하는 구조가 필요한데 과학자와 전문가가 각자의 길로 가면서 골이 깊어졌다.

▶에커하르트 빈터 박사=심지어 이공계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벽이 존재한다. 이공계와 인문계 양측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독일은 내년을 기술의 해로 정했고 2005년은 아인슈타인의 해로 할 예정이다. 이공계는 물론 평화와 철학 전공자도 불러 각종 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최=수많은 분야의 과학이 서로 섞이는 융합의 시대다. 일반 국민이 고도의 이런 전문지식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정확히 이해시키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과학에 무관심한 층과 이해하는 층, 주목하는 층 등으로 계층을 분류해 각각에 맞는 과학 대중화 운동을 벌여야 한다.

▶빈터=과학에 무관심한 층에게는 영화를 이용한 페스티벌이 유용하다. 할리우드 SF영화를 보여준 뒤 과학적으로 가능한 면과 불가능한 면을 가려주는 행사가 일반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계층마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다른 목표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

▶최=독일은 2000년부터 '대화하는 과학'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한국도 이공계 기피현상 등으로 과학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면 말해달라.

▶빈터='대화하는 과학'을 운영하기 전에는 이공계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 수가 적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늘어났다. 2000년을 '물리의 해'로 정해 집중적인 이벤트를 펼친 결과 지금은 물리학을 전공하는 학생 수가 크게 늘었다.

▶최=정치인과 같은 사회지도층은 그들이 갖고 있는 권능을 통해 자원을 배분하고 제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도 내년부터 '사이언스 리더스'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각계 각층의 사회지도층의 능력에 맞춰 과학 마인드를 함양하는 프로그램이다.

▶빈터=독일의 정치인 가운데 이공계 전공자는 거의 없는 편이다. 독일 과학부장관도 반년마다 한번씩 바뀌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적 입지가 약한 사람이 과학부장관이 되곤한다. 실망스러운 점도 많다.

▶최=과학문화 촉진을 위해 방송과 신문 등 대중매체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 지난주 영국 출장 때 보니 BBC가 전체 시간의 10~15%를 과학프로그램으로 활용했다. 런던 타임스 등 주요 일간지도 전체 지면의 10%를 과학기사로 채웠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한 편이다.

▶빈터=영국의 경우 언론의 역할이 뛰어난 편이다. 수상 경력이 있는 방송 프로그램은 독일에서도 구입해 방송한다. 유럽에서는 '사이언스 셀(Sell)'이란 말이 있다. 방송이나 신문도 과학기사가 있어야 상품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정치가를 설득하는 간접통로로 유용한 채널이다.

▶최=지금은 인터넷 시대다. 과학문화를 확산하는 데 인터넷은 매우 효율적인 도구다. 지식정보를 전달할 뿐 아니라 과학을 교육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과학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사이언스올닷컴에 1백만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청소년과학탐구반에는 2천7백개의 단체가 활동 중이다. 미국 과학재단도 과학문화 지원사업 가운데 인터넷에 최대 역점을 두고있다.

▶빈터=환자의 50%가 의사를 만나기 전에 인터넷에서 먼저 정보를 습득한 뒤 의사를 만난다는 보고가 있었다. 의사들이 상당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좀더 많은 과학잡지들이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화하는 과학'은 최근 홈페이지에 가상과학센터를 만들었다. 어린이들이 가정에 있는 물건을 이용해 화학실험을 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다.

▶최=우리나라에는 50개의 과학관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3~4개에 불과하다. 16개 광역시.도에 과학관을 짓고 2백30개 기초단체에 과학센터를 만드는 것이 일단 시급하다. 일본만 해도 민간 차원에서 연간 3백20회의 과학페스티벌이 열린다. 우리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주최하는 5~6개 행사가 전부다.

▶빈터=2000년 본에서 처음 과학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진정한 성공은 그 다음해였다. 2001년 본에서는 아무런 후원 없이 자발적인 행사가 성공리에 치러졌다. 이런 행사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몇개의 행사가 열리는지 집계가 되지 않을 정도다.

◆'대화하는 과학 재단'은=독일무역 및 산업협의체인 스티프테르페르반트가 '대화하는 과학' 프로그램을 위해 1999년 만들었다. 연방교육.연구부, 독일연구협회, 거대연구소가 지원하고 있다. '과학영화축전', '과학여름' 등 과학과 대중의 간격을 좁히는 다양한 과학페스티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박방주 기자, 정리=심재우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대담자>
▶최영환
과학문화재단 이사장
▶에케하르트 빈터
獨 '대화하는 과학재단'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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