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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술씨 대선 이후에 900억 수수 제보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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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이 17일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의 추가 비리 의혹을 또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盧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폭로전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성헌 의원은 국회 예결위에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거액 수수 의혹을, 허태열 의원은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관련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최도술씨 9백억원 수수 의혹"=李의원은 "盧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최도술씨가 대선 이후 기업들에서 9백억원을 받았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대검이 崔씨의 부인 秋모씨를 조사한 자리에서 秋씨는 '崔씨가 S그룹에서 3백억원, 모 종교단체 관련 그룹에서 3백억원 등 총 9백억원을 거뒀다'고 진술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따졌다. 李의원은 "S그룹의 돈을 받으러 갈 때는 秋씨가 직접 운전까지 했다고 한다"면서 "盧대통령이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말한 진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李의원은 또 "秋씨의 진술에 따르면 9백억원은 이영로씨가 관리해왔다"며 "李씨는 지난 7월엔 서울에 올라와 술도 마셨는데 병상에 있다고 수사 안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도술씨가 SK에서 받은 11억원 중 6억원은 정권 핵심부로 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李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秋씨의 경우 지난 10월 계좌 추적 결과가 나오고 난 뒤 검찰이 조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지난 8월엔 대검이 조사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답변했다. 검찰 측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반응했고 해당 기업 측도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했다.

◇"대선 때 이원호씨와 부인 계좌서 1백억원 빠져"=허태열 의원은 양길승씨 향응 사건에 관련된 청주의 한 나이트클럽 사장 이원호씨와 그 부인 계좌에서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사이에 약 1백억원이 인출됐다고 주장했다. "부인의 K은행 계좌에서 50억원, 李씨 계좌에서 수십억원 등 1백억원대의 돈이 빠져 나갔다"는 것이다.

許의원은 "이 기간에 盧대통령은 李씨가 경영하는 관광호텔에 두번이나 투숙했다"면서 "빠져나간 돈이 대통령이나 측근 어느 쪽으로 갔든 분명히 당선 축하금이나 대선자금으로 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李씨는 50억원을 나이트클럽 관광시설 건축비로 썼다고 했는데 우리가 조사해 보니 거짓말"이라고 했다.

許의원은 썬앤문 그룹의 김성래 전 부회장 녹취록을 거론하며 "녹취록을 보면 이광재씨에게 간 1천만원권 수표를 복사했다는 말이 있고, (金씨가) 수감 중에 盧대통령 측에 95억원을 이호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통해 줬다는 말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엔 이호철 비서관 이름은 없다.

◇"믿거나 말거나"=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오늘부터 연쇄 폭로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는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말까지 했다.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부각함으로써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압박작전을 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지나친 폭로전은 옳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K의원은 당측에서 盧대통령의 또다른 측근 의혹을 제기하라는 주문에 "확인되지도 않은 것을 폭로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거부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가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폭로전에 매달리는 것은 답답한 일"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진 것도 네거티브 공세가 지나쳤기 때문인데 당시 그 같은 전략을 짠 사람들이 당 비상대책위를 장악하고 있어 폭로전이 최고라는 발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강갑생.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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