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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구한말 생생한 증언|알렌 미공사 일기 완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구한말 한-미 외교의 중심 축 역할을 했던 HL 알렌의 일기가 단국대 김원모 교수에 의해 6년만에 완역, 출간됐다.
의사였던 알렌은 1884년 장로교 선교사로 내한한 이래 1905년 귀국할 때까지 21년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주한 미국공사관 서기관·공사대리·전권공사 등을 역임한 초기 한-미 외교사의 산 증인.
처음에는 한낱 선교사였지만 1884년 12월 갑신정변 때 중상을 입은 민씨 일파의 영수 민영익의 목숨을 구해준 일을 계기로 구한말의 정치·외교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4부로 구성된『알렌의 일기』(단국대 출판부간)는 구한말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진 열강들의 줄다리기외교가 자세하게 기록돼 있을 뿐 아니라 ▲갑신정변의 전개과정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종합법원인 제중원의 개설 ▲제중원부설 국립의 학교개교 과정 등을 읽히고 있어 사료가치가 큰 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당시의 정치제도·경제생활·전통·풍습·민간신앙에 이르기까지 보고들은 대로 폭넓게 기록하고 있어 구한말 서민생활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
제1부(1883년 8월20일∼86년10월25일)는 선교사로 부임하면서부터 국립의 학교 개교 때까지를, 제2부(1887년9월23일∼88년11월1일)에는 초대 주미전권공사 박정양의 참사관으로 워싱턴에 동행, 자주외교를 펼치는데 일조하는 한편 최초로 주미조선공사관 개설까지를 상승했다.
제3부(1887년9월14일∼1898년7월27일)는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저지하기 위해 영·일등과 협조체제를 강화, 반노친일 전선을 형성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도와주는 과점을, 제4부(1903년6월1일∼11월20일)에는 노일전쟁을 앞두고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를 저지시킴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유지하려는 반일친노의 1백80도 전환과정을 상술하고 있다.
알렌은 한반도와 만주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려면 조선의 독립이 유지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본을 돕기보다 러시아를 도와야 한다고 뒤늦게 판단, 친일반노정책을 고수하고 있던 루스벨트를 설득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돌아간다.
이때 알렌은 새로 개통된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여행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한반도와 관련한 러시아의 생생한 움직임들을 입수, 루스벨트에게 전달하면서 반일친노 정책을 강권하다 결국 해임되기에 이른다.
머리말에서 밝힌 일기원본의 발견경위도 내용 못지 않게 흥미롭다.
김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미국의 3개 신문에 보도된 고종과 미국선교사의 딸 에밀리 브라운의 결혼기사를 발견했다.
김교수는 이 어처구니없는 오보를 예사롭게 보아 넘기지 않고 추적하던 중 오보와 알렌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알렌이 외교관시절 기록해둔 문서가 뉴욕 공립도서관에 보관중임을 알아내고1년간 교섭 끝에 입수하는데 성공했다는 것.
그런데 알렌의 일기 원본은 워낙 악필인데다 자기만 알 수 있는 약어를 많이 사용, 해독하는 데만 4년이 걸렸다.
번역문 외에 약어를 제대로·복원한 원문과 신문자료(영문 및 번역문), 연구논문「알렌의 한국독립보전운동」도 함께 실었다. <최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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