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과자재활 길잡이 25년/보호선도대상 수상 한국벨트 도한복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교도소부탁 출소자 특채 인연/기술 가르쳐 결혼식까지 주선/8백여명 대부… “참된삶 사는것 보면 보람”
감옥을 내집처럼 드나들던 뿌리없는 전과인생들을 친자식같이 돌보며 갱생의 길을 열어준 전과자의 대부가 제2회 보호선도대상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경북 안동시 신안동 274 한국벨트(주)대표 도한복씨(70).
고희의 나이에도 열정적인 갱생보호활동에 나서고 있는 도씨가 갱생보호회 대구지부 안동보호구 보호위원으로 전과인생들의 재활정착사업에 뛰어든지 올해로 25년째다.
『처음 이 일을 할때는 기업경영에 흠집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세상이 서러운 전과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참되게 살겠다는 그들의 의지와 마주치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52년 4월 한국벨트를 창업한 그는 줄곧 기업경영에만 전념하던중 67년 6월 대구지검 안동지청에서 『안동교도소의 모범수가 형기를 마치고도 갈 곳이 없다』며 취업을 부탁,자신의 회사에 출소자 2명을 특채시킨 것이 오늘에 이른 인연이 됐다.
그는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니 차라리 생계비로 몇푼 보조해주자』고 말리는 회사간부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이들을 친자식처럼 맞아들였다.
출소자를 교화시키는 일은 무엇보다 안정된 환경과 인정의 감싸줌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회사내 자신의 사택에서 이들과 함께 기거하며 기술을 가르치고 기능공이 된 후에는 여느 근로자들과 조금도 차별없는 대우를 해주어 자립 의지를 심어줬다.
70년 5월에는 열여섯번이나 감옥을 드나든 난폭한 전과자까지 맡아 『단한번의 인생을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설득,본인의 희망에 따라 목공예기술을 가르친 뒤 그해 가을 안동시내에 자그마한 목공장을 자영토록 해줘 심성 착한 사회인으로 만들었다.
도씨의 이같은 감동적인 교화활동이 전국 교도소로 알려져 찾아오는 출소자들을 모두 받아들이다 보니 한때 한국벨트의 근로자 2백명중 30%에 가까운 56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70년대 오일쇼크이후 불황이 닥쳐 회사 수출고가 뚝 떨어지자 날마다 찾아오는 출소자들을 일일이 받아줄 수 없게됐다. 도씨는 취업을 못시켜준 이들 출소자들의 생활비만도 월 3백여만원씩 쏟아붓다 못해 안동시·군을 비롯,인근 영주·영풍·봉화등지의 지역인사들을 찾아다니면서 갱생보호활동에 동참을 호소했다.
마침내 1백23명의 보호위원을 확보하고 연간 1억3천4백만원의 갱생보호기금도 마련돼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다.
이에 78년부터 자활한 피보호자 10쌍의 합동결혼식을 주선하고 생계가 어려운 피보호자 73명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등 갱생보호사업이 눈에 띄게 발전을 거듭,현재까지 도씨와 끈끈한 인연을 맺고있는 피보호자들이 8백여명이나 된다.
여기에다 그동안 도씨가 경영하는 한국벨트에 취업한 전과자들만도 3백10명.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백70명은 최신 기술교육을 거친 1급 기능공들로 대구·경북지역 각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기업인으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앞으로 이 사업에 더 많은 정성을 쏟으며 여생을 살아가겠습니다.』 도씨는 겸양의 말과 함께 활짝 웃었다.<안동=김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