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동 함흥냉면」한혜선씨 별세|55년개업…고아육영사업 등 펼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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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오장동 함흥냉면 집「통큰 할머니」한혜선씨가 고혈압·당뇨 등 숙환으로 2일 오전 별세했다. 76세.
한씨는 55년부터 쫄깃쫄깃한 면발에 얼큰하면서도 감미로운 함흥식 냉면골목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수십명의 고아·불우 청소년에게 학비를 대주고 직장을 알선해준 사회사업가이기도 했던 한씨는 운명하기 직전『북의 고향에 못 돌아가고 타향에서 생을 마치게돼 한스럽다』고 안타까워 했다는 것이다.
한씨가 고향인 함남 흥남시에서 남편 문회덕씨(73년 작고)와 함께 월남한 것은 1·4후퇴직전인 50년12월.
경남 거제에서의 피난민 생활을 거쳐 54년 상경한 뒤 청계천 평화시장 부근에서 천막을 치고 냉면을 팔기 시작했다.
같은 해 오장동 마른 내길 부근으로 옮긴 뒤 한씨의 냉면 집은 크게 번창, 장안의 명소가 됐다.
「오장동 함흥냉면 집」이라는 간판을 걸고 37년간 영업하는 동안「진짜」함흥냉면임을 내세우는 비슷한 냉면 집 다섯 곳이 더 생겨나 오장동은 함흥냉면골목으로 불리고 있다.
실향과 가난의 설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겪었던 한씨는 자신의 가게를 함경도 출신 실향민의 사랑방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흥남시 장학회 이사며 요식업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앞강서 해결해온 요식업계의 여걸이었던 한씨의 별세소식이 전해지자 생전에 그의 도움을 입었던 수많은 문상객이 줄을 이었다. <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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