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로 풀어야 할 신민당 갈등/정순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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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의원들과 당직자들 사이에는 3일 사실상 독자계보로 출발한 서명파 중심의 「정치발전연구회」(정발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한쪽은 당지도부가 내린 계보인정 결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서명파의 집단행동을 이해하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태도로 불만과 분노에 차있다.
자기들(서명파)만 마치 야권통합을 바라는양 행동하고,또 이것을 「선명성」이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국민들에게 드러내보이려는 저의가 의심스럽고 밉살스럽기까지 하다는 분위기다.
이같은 분위기의 강도는 중·하위 당직자들 사이로 내려갈수록 더욱 심하다.
서명파들이 일단 내세운 정발연의 목표는 야권통합과 당내 민주개혁이다.
이 목표는 광역선거에서 참패한 신민당으로선 다가오는 총선과 대권 고지의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해결해야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세칭 서명파들이 진정으로 이같은 거창한 목표를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느냐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다.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 확보를 위한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행동이라는 지적도 당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당권파들은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의 손에 의해 야권통합을 기대하고 당내 민주개혁을 바라기에는 무언가 공허한 느낌이 앞선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어떤 이는 정치적 덕목은 커녕 수신도 못해 당안팎의 비난을 사고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시류에 편승해 서명파그룹에 발을 들여놓았다 뺐다 하기를 예사로 하는 기회주의자라는등 인신공격까지 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 비난받아도 마땅한 처신을 해온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오로지 시류를 틈탄 잔꾀나 부리고 있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오늘의 신민당구조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자기성찰도 있어야 한다. 당권파라는 사람들도 눈치보기는 마찬가지다.
서명파가 진짜 야당의 계보로서 구실을 하려면 서로간의 신뢰와 이해가 무엇보다 앞서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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