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가옥 우리정서 맞는 색상 살리자-「농어촌 생활환경…」심포지엄서 실태·개선방안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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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잡고있는 전통적인 농어촌 가옥의 이미지는 과연 무엇일까.
둥그런 뒷산의 능선을 배경으로 싸리 담장 안에 누런 호박과 덩굴을 이고 있는 둥근 흙담 초가집. 마당에는 새빨간 고추가 널려있고 그 주위에는 닭들이 모이를 쪼고….
이같이 우리 마음의 고향으로 남아있는 농어촌의 경관은 70년대 초 새마을운동이 전국을 휩쓸면서 개량·획일화·근대화의 기치아래 사라졌다.
문화부는 이같이 농어촌의 모습이 우리의 심정에 맞지 않고 어색해 생활의 쾌적함과 안정조차 저해하는 색채 바로잡기 작업을 지난해부터 펴고있다.
2일 덕수궁 문화발전 연구소에서 문화부 「농어촌 생활환경 색채문화가족」주관으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는 전국 9개 도를 각각 실사한 색채 및 주거환경 전공학자들이 우리 나라 농어촌주택의 색채사용 실태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대부분 우리농어촌의 가옥이 주변 자연경관과는 관계없이 혼란스럽고 단순한 유채색을 남용, 무질서한 경관적 이미지를 빚어내 정서를 불안정하게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현재 우리 농어촌 가옥을 싸고 있는 색채는 주변의 자연경관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적·청·황색 위주로 되어있어 자극이 심하고 미적이지 못한 느낌을 주고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민족의 전통 색 감정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지각의 85%이상이 시각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학설 등을 감안해 볼 때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전통적인 우리색감은 다정다감하고 우아하며 검소·소박한 무채색을 선호하며 가옥도 이 같은 경향을 반영, 우리의 자연경관과 잘 어울리는 백색·회색·흑색·암적색이 주조였다.
이 같은 취향은 건축재료를 주변 환경에서 구해 재료색이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조화돼왔으나 새마을 운동의 악영향으로 적·청·녹·황 등 인공 페인트로 농어촌의 색깔이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이같이 자극적인 색상은 기억에 잘 남고 멀리 지나가면서 잠시 산뜻한 느낌을 줄뿐인 전시행정의 소산일 뿐으로 우리의 색 감정에 맞는 색채를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는데 연구진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경북지역 농어촌가옥 색상을 실사한 영남대 박상우교수는 이 지역의 가옥지붕들은 주변자연경관은 물론 가옥들끼리도 심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 지역별로 주변 경관에 어울리는 주조색을 결정한 뒤 친근·온화한 색으로 변화를 주도록 유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교수는 이 지역의 단조롭고 조화·세련미가 떨어지는 현재의 색채를 탈피, 도시근교의 전통 한옥지붕은 흑기와 색으로, 산간지역 가옥 지붕은 회색 등으로 명도를 낮추고 주택 밀집지역의 녹색일변도 지붕도 다양한 유채 색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지역을 실사한 한남대 최영근교수도 이 지역 농어촌 가옥이 흙·돌 등 가옥재료 및 주변환경과 조화되지 않는 고채도의 원색사용을 일삼아 시각적 혼란은 물론 주거 환경의 쾌적함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지역의 산·지붕 및 도자기 등 유물에서 나타나는 은근한 선과 소박·은근·소탈·청초한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흙·돌 등 자연재료 색상에서 가옥색상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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