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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아 부모들 합심 지진아 자활촌 세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정신 지체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외면 당하는 지진아들 서로가 평생 의지하고 살 수 있는 삶터 건설에 나섰다.
l2가정 24명의 정신지체자 부모들이 경기도 양주군 주내면 삼숭리에 6백평 대지를 마련하고 그 위에 자녀들의 교육과 자활의 터전이 될 인지자활촌 건립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인지촌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인지회는 83년 서울 도봉동에 있는 정신지체아 특수학교 인강학교에 다니는 자녀 12명의 부모 24명이 자녀를 키우면서 느끼는 어려운 점을 함께 나누기 위해 만든 모임.
인지회 회원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이들이 l8세가 되어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마친 후 자립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체아동을 키우는 아픔과 양육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친목단체로 출발했던 인지회는 공동삶터의 건립에 의견을 같이하고 88년 회칙을 개정, 회원 가구당 6백만원씩 7천2백만원을 출자하고 2천만원의 은행융자를 받아 지난해 6월, 경기도 양주군 주내면에 6백여평의 부지를 매입함으로써 구체적인 출발을 했다. 이어 모임의 대표 이민자씨(48)는 일본의 장애인복지시설을 둘러보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우선 올10월 약 1억5천만원의 건설비가 소요될 지하1층·지상2층 연건평 l백평 규모의 기숙사 건설에 착공, 내년 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이 기숙사 시설에는 지체장애자 3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목욕실·세탁실·이발실·거실 및 위락시설을 갖출 방침이다.
또한 현재 부지 안에 있는 1백여평 규모의 빈 교회건물을 장애인들이 이용할 작업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내년에는 복지농장 부지를 매입, 조성하고 93년 자활공장 및 문화시설 건립, 94년 결혼자를 위한 아파트 건립, 95년 정박아를 위한 생활훈련소 건립 등의 청사진을 마련해놓고 꿈에 부풀어있다.
인지회는 이 같은 계획 추진에 소요되는 재원조달을 위해 현재 60여명인 후원회 회원수 확대, 일일찻집, 바자 등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의 취지에 공감한 무용가 송화영 씨는 이달 초 인지촌 건립기금 마련 자선공연을 가졌고 9월에도 또 한차례의 자선공연을 약속했다.
인지회의 이민자 대표는 『국공립 재활기관의 경우 부모가 있으면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복지혜택이 부족하고, 사설기관의 경우 한달 비용이 30만∼40민원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장애자들의 딱한 처지를 얘기한다.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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