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독소루비신 국내 생산-연세대 공대 유주현교수팀 자체개발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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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명 항암제의 생산법이 순수 국내기술에 의해 이뤄져 막대한 수입 대체효과는 물론, 앞으로 이 분야의 항암제 개발에 밝은 전망을 주고 있다.
연세대 공대 유주현교수(식품공학과)팀은 최근 암 치료제 「독소루비신(Doxorubicin)」의 대량생산 기술을 자체 개발, 제법특허를 국내외에 출원중이라고 말했다.
독소루비신은 미생물이 생산하는 천연물 항암제로, 이탈리아의 한 제약회사가 항암제로 상품화시킨 후 백혈병·폐암·간암·갑상선암 등을 대상으로 치료에 활발히 이용돼온 약물이다.
유교수팀은 독소루비신의 생산을 위해 「스트렙토마이세스」라는 방선균을 이용, 이균에 자외선을 쬐고 돌연변이제 등을 첨가, 유전자의 구조를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유교수는 『방선균이 독소루비신을 대량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어렵지만, 부산물인 다우노마이신을 제거하는 과정이 더욱 까다로웠다』며 『현재 이 항암제의 독소 루비신 순도는 98%정도로 상품화에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방선균의 대량 배양기술·발효기술·정제기술이 일정수준 확보되어야만 가능한 미생물을 통한 약품생산은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은 분야로 많은 국내외 학자들이 항암제·항생제 등의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독소루비신의 경우, 매출액기준 항암제 시장의 약1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연간소모량은 40여억원 규모다.
유교수팀은 보령제약과 공동으로 독소루비신의 시제품 개발을 지난달 말께 완료, 7월중 시판에 나설 예정이다.
유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기업체외 관심을 유도, 미생물·식물·동물 등의 대사과정 등을 이용하거나 이들로부터 직접 신물질을 획득하는 연구에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가톨릭의대 김춘추교수(내과)는 『독소루비신의 경우 특히 백혈병의 치료에 있어 가장 많이 쓰이는 항암제로 생산기술을 국내 대학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 이라며『다른 항암제도 국내 생산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기업체·대학 등이 협력,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의약품관련 국내 순수 생산기술개발품으로는 간염백신·인터페론 정도가 고작이며 몇 종류의 항생제가 수년내 상품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창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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