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직할시 10년 무엇이 달라졌나(2)짐짝 같은 경인선 나들이 겁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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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일 오전8시 수도권전철 1호선 부평역 승강장. 종점인 하인천역을 출발한 전동차가 3분 간격으로 서지만 제물포역 등 중간 6개역에서 승차한 승객들로 차안은 초만원 상태다.
밀치고 밀리면서 빼곡히 들어찬 승객들 틈을 간신히 비집고 들어가지만 찌는 듯한 무더위, 혼탁한 공기로 숨이 막히고 얼굴은 땀 투성이가 된다.
부천역에 도착하면 전동차는 인간 짐짝이 된다. 혼잡도는 2백80∼3백%. 전동차 1량의 정원을 1백60명으로 잡을 때 4백60∼5백명이 타는 꼴이다. 객실내부 면적이 17평이므로 평당 최고 30명이 서로 뒤엉키는 셈이다.
하인천역에서 서울시청역간 소요시간은 50∼53분.
회사원 장정미양(23)은『50여분동안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짐짝 취급을 당하고 나면 몸은 파김치가 되고 일할 의욕이 싹 사라진다』고 했다.
같은 시각, 경인고속도로 부평 인터체인지. 고속도로 진입차량, 고속도로에서 시내로 빠지는 차량, 부평역과 계산동 방향으로 좌·우회전하는 차량들이 뒤엉켜 왕복 6차선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김포와 강화·부평·가정동방향 차량이 교차 통과하는 공촌동 서곶삼거리·간석5거리·가정5거리·석바위 네거리·숭의 로터리·숭의동 적십자병원 삼거리·구월 네거리·용현동 경인고속도로 진입로·용현 네거리 등 시내 중심지역과 경인국도·수인산업도로 등 시 외곽으로 연결된 도로사정도 마찬가지.
이들 도로는 비단 출퇴근시간뿐만 아니라 하루종일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통문제는 직할시 승격 10년을 맞는 인천시가 공해문제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골치 아픈 숙제다.
인천시의 교통난을 심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급속한 인구 및 차량증가.
직할시 승격당시인 81년 1백14만명이었던 인구는 10년만인 90년 말 현재 1백81만명으로 58%가 늘었다. 같은 기간 통행인구는1백20만명에서 3백15만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81년 1만7천8백86대에 불과했던 차량은 14만8천5백17대로 무려 8·3배가 급증.
그러나 도로율은 11·1%에서 14·3%로 겨우 3·2% 포인트 증가에 그쳤을 뿐이다.
급속한 인구·차량증가를 따르지 못하는 교통시설 확충이 인천시의 교통난을 심화시키고있는 것이다.
인천시는 이 같은 교통난해소를 위해 인천역∼인천제철간 우회도로, 장수호∼경인국도 연결도로 등 6개 도로신설 및 확장공사를 벌이고 있으나 모두 80년대 후반에 착공된 것이어서 92년 께에야 완공이 가능한 실정이다.
인천시는 바다를 낀 해안도시여서 육로 수송체계가 동·남·북 등 3개축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대부분 통행인구가 동쪽인 경인축으로 집중적으로 몰리는 것도 교통난을 가중시키는 큰 원인이 되고있다.
하루통행인구 3백15만명 중 경인축 통행인구는 전체의 30%인 94만여명으로 이중 50%인 47만명은 경인전철을, 나머지는 경인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 승용차·버스편으로 통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인전철은 혼잡도가 최고 3백%에 이르고 있으며 러시아워 때 경인 고속도로의 주행속도는 최고 시속 30km, 평균 시속 15km로 떨어져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교통체증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교통사고 증가율.
89년 한햇동안 인천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만2천64건. 2백79명이 숨지고 1만2천9백m명이 다쳤는데 이는 88년에 비해 무려 23·1%가 늘어난 것이다.
과거 5년간 연평균 교통사고 증가율은 16·5%(전국 평균 7·8%) . 또 같은 기간 중 인명피해 증가율은 16·6%로 전국 6대도시중 최고를 기록했다.
때문에 교통 문제 전문가들은 『인천시의 교통난은 이제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지적하고『교통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천=김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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