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모두 획기적 논리전환 필요|군축협상 시각에서 본 통일-최영<국제평화 안보연구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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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제문화연구소(소장 김복동)는 2일 경기도 용인 국제인력개발원에서 「국민통일을 위한 국정대토론회」를 개최한다.
다음은 토론회에서 발표된 최영 국제평화안보연구 소장의 「군축협상의 시각에서 본 남북한 통일」논문의 요약이다. <편집자주>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검토하는데 있어 결정적 요인은 「한·미·일 연형론」과 북방외교, 즉 「한·소·중 제휴론」의 상관관계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고 한국이 이들 맹방과 깊숙히 연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불「한·미·일 연형론」의 현주소가 문의 받을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미·일 양국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 안정희구라는 차원에서 미·일·서구 3극 체제가 영위돼야한다.
동북아시아의 경우 미국의 맹방 및 우호국들이 쌍무·다자단계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것이 한반도의 안보환경에 의미하는 바는 크다. 즉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일 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입장에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안보환경 결정 요인은 역시 남북한 당사자 관계다. 제아무리 지정학적 요인과「한·미·일 연형론」이 강조된다 하더라도 남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백년하청이다.
남북한 총리회담이 여러 차례 진행되는 동안 때로는 상당한 항목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구체적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기본이유는 상호불신 때문이다.
「선 신뢰구축 후 군축 추구」라는 한국 측 주장에 북한이 따르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상호불신에서 기인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이 군축 시스팀을 밟으려면 다음과 같은 협의가 성사돼야 한다.
첫째 남북한 평화공존을 위해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해야 한다. 둘째 연방 형태에서 국가 연합 방식으로의 현실적 수용을 북한이 고려해야 한다. 셋째 한국을 제쳐놓고 북한의 핵사찰 문제를 주한 미 지상군 전술 핵 철거와 동일차원에서 해결하려는 태도를 북한은 지양해야 한다. 넷째 정정당당하게 IAEA(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의 북한방 문을 허용, 핵 안전 협정 가입에 필요한 협의를 진행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스스로가 수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정착과 배분정의 실
현이다. 즉 한국이 명실상부하게 민주주의의 정착과 배분정의의 실현을 이룩하면 북한은 자동적으로 평화공존논리를 수용케 된다.
그런데 북한은 「미군철수」와 「남북대화」라는 두 가지 채널로 남북한 문제를 설정하는 2분법 논리로 말미암아 남북한의 군축 노력은 한미 안보체제의 조정과 중첩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의 대미 3대 전제과제 해결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첫째는 주한 미 지상군 보유 핵 병기의 철거협의다. INF(중거리 핵미사일)철폐조약 체결로 한국에 배치된 주한 미 지상군 보유 핵병기는 존재이유가 없어졌다. 한국은 이점을 감안, 적극적으로 이 핵병기를 철거토록 외교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는 작전 통제권의 반환이다. 한미 연합군 사령부 체제에 있어 평시의 지상군 지휘체제는 한국군이, 공군의 경우 미군이 분담하는 2원 지휘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작적 통제권 반환문제는 군사적 차원을 초월하는 고도의 「정치성」을 간직하고 있다.
즉 작전 통제권의 반환으로 광주문제 같은 미묘한 국내정치의 어려움을 다시 야기시킬 소지를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도 이점에 있어서 매력을 느끼게되며 이 매력을「서울-평양축」이「평양-워싱턴축」보다 현실적이라는 인식을 북한 당국에 환기시키게 된다.
셋째는 방위비 분담과 부담분담의 엄격한 구별이다. 부시 미 행정부의 대 한국 방위비 부담 증액요구는 피치 못할 것이므로「비용대 효과비」차원에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 권역 밖에서의 부담분담의 요구에는 응해서는 안 된다.
이상 세가지 전제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미국이 이 전제를 받아들여「서울-평양축」의 설정을 위해「산파역」을 이행해 주는데 있다. 이같이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진전되면 한국은 다음과 같은 제재안을 북한에 제의할 수 있다.
즉 한국은 북한에 대해 남북한 기본조약 또는 평화조약 체결을 제의하고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고 대미 평화협정을 계속 고집할 경우 한국은 그 대안으로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남북한 공히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병력을 각각 40만명 선으로 감축하고 감축방법은 동시 감군보다 일정기간 제대하는 병력의 대체 충원을 중단하는 것을 제의할 수 있다.
이제 남북한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5일 개최된 남북한 고위급 1차 회담에서 제안된 남북한의 군축안은 커다란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유럽 군축 모델을 원용, 신뢰구축 등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곧바로 실질적 군비감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은 서로의 논리에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한다. 즉 「선 신뢰구축 후 군축」과「실질적 군축」일변도 논리로서는 알맹이 있는 군축조치가 강구되기 어렵다.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여러 면에서 우월한 한국이 먼저 물꼬를 틀 필요가 있다. 더 과감히 전진해 「선 신뢰구축 후 군축」논리를 발전시켜 포괄적·동시다발적 발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자체적으로 구상중인 평화지대 화안을 제시, 북한이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는 비 핵지대화안과 중첩시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남북한 군사 공동 위원회 상설 사무국 설치 등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남북한 논리의 기본은 분단구조의 극복에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남북 양측이 통일의 3대 원칙인「자주·평화·민족대동단결」정신에 입각하면 여러 견해대립도 극복될 수 있다.
남북한 평화구축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내적 상황을 중시, 분단 구조를 없애는데 민족의 온 역량을 투입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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