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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에'DNA 이름표'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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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생물에 DNA 이름표 달아주기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올해부터 정부 차원에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연구 과제를 내놓고 연구 기관을 공모 중이다. 현재 세계 '국제생물 DNA바코드 컨소시엄'에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와 한국해양연구원.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3개 기관이, 전 세계적으로는 40개국 130여 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름표는 바코드형태로 만들어진다.

◆왜 DNA 이름표인가=식물이나 동물 모두 비슷비슷한 종이 너무 많다. 참나무 종류만 해도 갈참나무.줄참나무 등 세계적으로 600여 종이 분포한다. 모기만 해도 수십 종이 있다. 이들을 일반인들은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DNA에는 그런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식물이나 동물의 겉모습으로도 잘 구분되지 않는 비슷한 생물이라도 DNA만 있으면 쉽게 어떤 종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DNA는 생물의 겉모습이나 전체가 없어도 살이나 생물체 조각 하나만 있어도 추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생물체 조각의 원 주인이 어떤 생물인지 거꾸로 파악할 수도 있다.

◆동물이 가장 빠르게 진전=생물 DNA 이름표 달아주기 운동은 캐나다 온타리오에 있는 궬프대 폴 헤버트 교수가 2003년 처음 아이디어를 내 시작됐다. 이때부터 동물을 대상으로 DNA이름표 달기를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현재 1만9000종 정도의 동물 DNA바코드가 만들어졌다. 동물 중에서도 조류와 어류의 경우 전세계에 분포하는 종을 대상으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포유류.곤충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식물의 경우 뒤늦게 시작한 탓에 그렇게 활발하지 않다. 겨우 벼나 애기장대 등 몇 종류만 전체 유전자 서열이 만들어져 있을 뿐이다. 어떤 한 식물의 전체 유전자 중 어느 부위를 골라 종을 구별하는 데 사용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동물의 경우 간단하게 할 수 있어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전체 유전자 중 특정 부위만 선별=한 식물이나 동물의 전체 유전자를 모두 분석한 뒤 종을 구별할 수 있는 유전자만 골라내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DNA 이름표용은 전체 유전자 중 특정 부위만 골라내 사용한다. 예를 들면 동물의 경우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중 극히 일부분만을 골라 내 사용한다. 그래도 98% 이상의 정확도로 종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고려대 생명과학대 김기중 교수는 "식물의 경우 엽록체에 있는 유전자 중 최소 세 군데 이상의 것을 DNA 이름표용으로 사용하면 좋다"며 "그러나 아직 국제적으로 어떤 부분을 골라 써야 할지 정해지지 않아 이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처럼 미토콘드리아 DNA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식물의 경우 그 부분의 유전자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점 있나=한약재로 쓴 녹용이 있다고 치자. 뿔을 달고 있는 사슴을 보면 그게 한국산인지, 아니면 알래스카에서 썰매를 끄는 사슴의 뿔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토막나 있거나 잘라 놓은 녹용은 어떤 사슴의 것인지 구별하기 몹시 어렵다. 당귀 등 여러 한약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DNA 이름표를 달아놓으면 간단히 진짜인지 아닌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유용한 유전자를 가진 생물이 어떤 것인지도 알아내 신약 개발, 목재 등 용도에 맞게 품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고려대 김기중 교수 "토종 생물 이름표는 우리가 만들어야죠"

"우리나라 자생 동식물은 우리 손으로 DNA이름표를 달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유용한 동식물이 많이 있는데 어떤 것이 어떻게 좋은지조차 잘 모르고 있는 형편입니다."

고려대 생명과학대 김기중(사진) 교수는 "동식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DNA 이름표 달기"라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째 식물 DNA은행을 운영하면서 현재 3000여 종 1만8000개의 DNA 표본을 보유하고 있다. 동백나무라고 해도 여러 종류가 있고, 표본을 채집한 지역이 다르면 변종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동백나무라고 해도 여러 개의 DNA 표본을 확보해야 한다. 김 교수는 식물DNA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독보적이다. 그동안 생물 DNA 이름표 달아주기에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관련 기관을 수없이 돌아다니기도 한 그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생물종의 40% 정도에 이름이 붙어 있다"며 "2~3년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이 사업의 기반은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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