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남부 도시 시돈에서 23일 반정부 세력이 주도하는 총파업에 참가한 시위자가 불붙은 타이어 앞에서 레바논 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번 총파업으로 3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부상했다고 레바논 정부가 밝혔다. [시돈 A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1975년부터 15년간 계속된 레바논 내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3일 레바논은 완전 마비됐다. 반정부 세력이 집권 푸아드 시니오라 친서방 내각을 무너뜨리기 위해 총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베이루트 도심은 바리케이드로 봉쇄되고 타이어를 태워 검은 연기가 곳곳에 피어오르는 등 전쟁 상황을 방불케 했다.
레바논 전역에서 3명이 사망하고 130여 명이 부상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레바논 야권은 23일 밤 "불법 정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며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어 야권은 "현 정권이 기존의 노선을 고집할 경우 우리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시니오라 총리는 이번 사태를 "쿠데타 시도"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3.14 그룹은 2005년 2월 수니파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 이후 시리아군 철수를 이끌어 낸 '백향목 혁명'이 시작된 날인 3월 14일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무장해제 위기를 맞은 헤즈볼라 등 시아파 정치세력은 내각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의 각료 지분(24명 중 9명)을 요구했다. 시니오라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연립내각에서 탈퇴한 뒤 지난해 말부터 베이루트에서 시니오라 총리 내각을 축출하기 위한 시위를 주도해 왔다.
70년대 15년간의 내전이 종파 간 분쟁이었다면, 최근의 갈등 구도는 '친서방 대(對) 반서방' 세력 간의 다툼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서방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은 시니오라 내각을 지지하면서 이번 폭력사태의 책임을 시리아와 그 지지세력에 돌리고 있다. 레바논 폭력 사태는 3~4월께 레바논 남부에 파견될 한국의 평화유지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