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일과도 범인인도협정 서둘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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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범행 후 외국으로 도피했던 형사피의자가 처음으로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우리에게 압송하기로 된 것은 국가간의 수사공조체제의 진일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지난해 정부는 외국과는 처음으로 제주와 범죄인 인도협정을 체결한 바 있는데,거액의 부도를 내고 호주로 도망했던 피의자를 현지 수사기관의 협조를 받아 체포하여 정식외교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인도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지금까지 범인인도 협정이나 국가간 사법공조 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호주가 처음이지만 그동안 상호주의에 입각해서 사법협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77년 거액의 달러를 불법유출시킨 전 한국철강대표 신영술씨의 미국내 은행기록에 대한 우리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미국법원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거액을 횡령하고 미국으로 도피했던 대성산업 염병기씨를 우리 경찰의 요청으로 체포하여 한국에 인도하고 우리 사법당국도 한국에 도피한 미국인 마약범을 붙잡아 미국으로 이송한 사실이 있다.
이처럼 사안별로는 범인인도의 사례가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우리와 정식사법공조협정의 체결이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들 국가들이 한국의 인권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은 데서 비롯돼온 것이다. 물론 6공 들어 이러한 외국의 인식이 점차 개선되면서 미국·캐나다 등과 활발한 교섭이 진행되고 있어 불원간 실제적인 공조체제를 갖출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한다.
우리의 국력이 신장되고 모든 방면에서 국제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형사정책의 다원화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해외여행 자유화에 따른 범법자의 해외도피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약의 제조와 유통 조직은 국제화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가진 교포의 한국귀환이 늘고 있고 이들 중에는 범법행위를 저지른 후 도피성 귀국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범법자의 수사공조 체제는 상호간에 모두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 이런 점을 감안해서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상대국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국제간의 사법공제체제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국제적인 사법공조체제란 범죄인은 세계 어디를 가나 범죄인이며,지구상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다는 정의의 실현을 위한 제도다. 범죄인이 외국에 도피해도 결코 잘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시킴으로써 유사한 범행을 방지하고 세계적으로 범죄 자체를 줄이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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