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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만 강조하는 건 인기영합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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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이회창(얼굴) 전 총재가 23일 "대선 주자가 경제만 강조하는 것은 인기영합주의"라고 비판했다. 민심을 얻기 위해 대선 주자들이 외교.안보 문제보다는 경제에 집중하는 경향을 꼬집은 것이다. 이 전 총재의 발언을 놓고 상대적으로 '경제 후보' 이미지가 강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대전에서 충청발전포럼.대전자유포럼 공동초청으로 특별강연을 했다. 이 강연에서 이 전 총재는 "정권교체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며 "후보가 될 사람들이 이번 선거의 중요성과 쟁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경제가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이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선 주자가 이념이나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고 그저 경제만 강조하는 것은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라고 비판했다.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전 총재가 이 전 시장을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전 시장은 시장 재임 때 한 인터뷰에서 "노무현과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마음에 드느냐 하면 노무현"이라고 해 이 전 총재와 한때 관계가 껄끄러웠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이종구 전 언론특보는 "특정인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다"며 "경제만 강조하다 보면 대선 주자들이 나라의 틀인 안보를 등한시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시장 캠프 관계자도 "이 전 시장을 비판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게다가 이 전 시장은 평소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 대해서도 단호한 목소리를 내왔다"고 주장했다.

강연에 이어 이 전 총재는 기자들을 만나 한나라당 내 후보 검증 논란에 대해 "후보를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외부 전문가라면 몰라도 후보가 후보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전 총재 강연 요지.

"북한은 핵무기를 한 손에 들고 남한의 보수 세력들을 향해 협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2월 대선에서 친북좌파 세력이 다시 집권한다면 그야말로 재앙과 파탄의 시대가 닥치게 된다. 따라서 여권의 깜짝쇼에 속아서는 안 된다. 특히 충청권 유권자들은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나 천도론 같은 깜짝쇼를 경계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사활을 건 한판 싸움인 만큼 충청인의 책임이 막중하다. 대선 주자들도 외교.안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올바른 이념과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저 경제만 강조하는 것은 국민의 의식을 오도할 수 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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