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브라틸로바 윔블던 10번째 우승 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철녀」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34·미국)가 세계최고 권위의 윔블던 테니스대회 열번째 우승의 금자탑에 도전한다.
오는 24일 런던교의 윔블던 코트에서 개막, 2주간 펼쳐질 이번 대회(1877년 시작)는 남자보다 여자단식의 패권향방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과 남성을 뺨치는 천부적 체력으로 「철녀」라 불리는 나브라틸로바.
왼손 강서브에 이은 적극적인 네트플레이로 단조로운 스트로크에 의존하던 여자 테니스계의 판도를 뒤바꾼 나브라틸로바가 34세의 고령(?)에도 불구, 또다시 윔블던 제패에의 집념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78년 대회에서 첫 패권을 안은 나브라틸로바는 지난해 「흑인돌풍」을 몰고 왔던 지나 개리슨(미국)을 꺾고 최다우승(9회)을 기록했다(종전기록은 37년 영국 헬렌무디의 8회 우승).
현재 세계랭킹 4위인 나브라틸로바는 잔디코트에서 벌어지는 윔블던 우승을 겨냥, 지난달 클레이 코트에서 펼쳐진 파리오픈대회 참가를 포기했었다.
잔디코트에서의 적응을 위해 일찌감치 영국에 도착한 나브라틸로바는 컨디션조절을 경해 참가한 지난주 91에즈바스톤 국제테니스대회에서 간단히 우승을 차지, 건재를 과시했다.
나브라틸로바는 이 대회 우승으로 생애통산 단식에서만 1백52회 우승기록을 작성, 은퇴한 크리스 에버트(미국)가 갖고 있는 이 부문 최고기록 1백57회에 바짝 접근했다.
그러나 나브라틸로바의 윔블던 제패는 그녀의 의욕만큼 쉽지는 않다.
올해 3월초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호주오픈·파리오픈 등을 잇따라 석권, 명실 상부한 여자테니스의 1인자로 군림하고 있은 모니카 셀레스(유고·17)의 벽을 넘어야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양손 포·백핸드스트로크로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슈테피 그라프(독일)를 제압하고 정상에 오른 셀레스는 올해 그랜드 슬램을 제패하겠다는 야심으로 두배 나이의 나브라틸로바에게 버거운 상대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외에도 파리오픈대회 준우승자인 아란차 산체스(스페인·5위), 탄력이 좋은 가브리엘라 사바티니(아르헨티나·3위)등도 만만치 않은 상대자들이다.
6, 7년 전부터 항상 『언제 은퇴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는 나브라틸로바가 과연 이들 신예들을 물리치고 세계테니스 사상 유례 없는 윔블던 10회 제패의 대기록을 세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상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