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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락 못찾는 남북 미술교류|서화가 총연맹·동서문화협회 추진으로 본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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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 미술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두 민간단체가 남북한 미술교류를 은밀히 추진하고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국내 최초로 남북한 미술교류에 앞장서고 있는 이들 단체는 한국서화가총연맹(본부장 정주환)과 동서문학협회(회장 홍사광).
한국서화가총연맹은 오는 9월께 평양에서 남북한 합동전시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동서문화협회는 그동안 반입한 북한미술품 40여점을 곧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많은 미술인들은 『그들의 행사를 통해 남북한의 미술이 과연 제대로 알려지겠느냐』며 대표성과 수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김서봉 이사장은 『이름마저 처음 들어보는 단체』라고 전제하고 『미술교류는 책임 있는 공식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추진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단체가 추진하는 것처럼 중구난방 식으로 이뤄지다가는 자칫 중요한 미술교류의 물꼬를 망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미술협회에서도 지난해부터 북한미술계 대표들에게 초청의사를 보냈으나 그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술계는 남북한 미술교류의 출발은 양측 미술인들의 중론을 모아 명실상부한 대표적 성격의 합동전 또는 교류전으로 신중하게 추진돼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서화가총연맹은 지난 89년 서예학원을 운영하는 서예가 10여명이 모여 결성한 단체로 아직 문화부로부터 사단법인체 인가도 받지 못했다.
이 총연맹은 지난달 27∼29일 중국 북경의 아시아선수촌 국제회의장에서 남북한 작가가 참가한 최초의 남북한 합동전시회 「남북 코리아서화전」을 추진했었다.
이 전시회는 정주환 본부장과 가까운 사이인 최응구 국체고려학회회장(북경대 교수)의 주선에 의해 이뤄졌다.
남한작가 20여명과 북한의 김진영(북한미술가동맹 부위원장)등 10명이 참가한 이 합동전의 세미나에서 남북한 작가들은 남북 교류전을 열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올 가을께 평양에서 먼저 남북 서화가 합동전을 열고 내년 봄엔 서울에서 여는 등 정례적 교류전을 열기로 하고 개최일정·장소·참가작가 범위 등을 추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총연맹측은 밝혔다.
한편 국내 최초로 북한미술품을 전시할 계획인 동서문화협회는 그동안 세 차례 한·중·일 국제전을 열었으나 미술계에는 그리 알려진 단체가 아니다.
이 협회는 지난 73년 국내외 인사들의 교류와 학술 문화행사 용역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무부 등록단체다.
이 협회의 홍사광 회장은 『지난 3∼4년 동안 중국과 일본의 교류단체회장들이나 관계인사들로부터 개인적으로 북한미술품을 선물 받거나 입수했다』고 밝히고 『이 작품들의 작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대부분이 북한의 대표적 작가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북한미술품과 함께 중국미술품 50여점, 국내작가 작품 등으로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에서 합동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 외에 D통상은 수천점에 달하는 북한미술품·공예품을 수입하려다 통관과정에서 거부되었으며 이밖에 몇몇 무역회사에서도 북한미술품 수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학부 당국자는 『아직 정식으로 전시회 승인여부를 협의 받은 일 없다』고 밝히고 『모든 문학교류는 통일원 남북교류협의회의 승인을 거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경에서의 남북한합동전의 경우도 한국서화가총연맹의 대표성 문제 때문에 남북한교류전의 정식 조인을 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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