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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농민단체 쌀 시장 개방시켜 「한몫」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의회가 UR(우루과이라운드)·북미 자유무역협정협상과 관련해 행정부가 요청한 신속처리 절차권한(Fast-track Authority)의 2년간 연장을 승인해줌으로써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UR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협상타결의 관건인 농산물의 경우 아직 난제가 많이 가로놓여있지만 EC측도 농업구조조정에 보다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은 쌀 시 장개방 방침을 내부적으로 굳힌 듯 최근 들어 이를 시사하는 발언을 부쩍 쏟아내고 있다.
일본이 쌀 시장의 문을 열면 우리와 농업현실은 큰 차이가 있으나 이에 아랑곳없이 표적은 우리에게 집중돼 개방압력이 보다 거세게 밀려들 것이다.
특히 미국으로부터의 개방압력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이같은 미 정부의 개방압력배경에는 문호개방에 따른 농산물 수출증대 외에 농민 표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쌀 등 농산물수입개방과 관련해 미행정부와 의회에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단체로는 각종 농민단체들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이들 농민단체들은 군산복합체, 미 노동총연맹(AGL-CIO), 시온주의자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미국의 4대 로비세력 중 하나다.
미국인구중 농민은 2%에 불과하지만 국민총생산중 농업 및 관련산업비중은 20%나 된다. 쌀의 경우 생산량은 세계전체의 1%정도지만 수출량은 태국에 이어 두 번째다. 따라서 미국농민단체들은 UR협상을 통해 쌀 시장이 개방되면 한몫 잡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미 하원은 쌀 시장 개방압력의 본거지다.
하원 4백35석 가운데 이른바 「쌀 의원」이라 불리는 하원의원들은 대부분 농업위원회(정원 44명)에 몰려 있다. 이들 의원들은 상당수가 쌀이 많이 나오는 아칸소·캘리포니아·루이지애나·텍사스·캔자스 등 5개주 출신이다.
연간 2백70만t의 쌀을 생산하는 아칸소주의 플라이어 상원의원(민주), 2백5만t을 생산하는 루이지애나주의 하카비 하원의원(민주)등은 유명한 쌀개방론자다.
캘리포니아주(연간 쌀생산 1백30만t)출신 파커 하원의원(공화)은 텍사스주출신 로프린 하원의원(민주)과 당파를 초월해 공동으로 「일본이 쌀 수입개방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일제 VTR 수입을 금지하자」는 법안을 내기도 했다.
변호사출신인 로프린 의원은 주말마다 가는데만 5시간 거리인 텍사스주로 달려가 농민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다.
농산물 수입개방을 주장하는 미 농민단체의 힘도 세다.
미국의 농협은 우리 농협과는 달리 지역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생겨나고 없어진다. 따라서 회원인 농민들의 이익대변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쌀 개방의 선두에 선 농민단체는 전미정미업자협회(RMA). 미 정미업자의 90%를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그레이프회장은 70여명의 직원과 함께 정치헌금을 걷고 이를 무기로 의회와 행정부에 로비를 한다.
특히 이 협회는 일본의 쌀 수입금지에 대항해 통상법 301조를 적용해달라고 미 무역 대표부에 두 번이나 제소했다.
쌀 주산지인 아칸소주농협도 쌀 개방 문제에는 한발도 양보하지 않는 단체로 유명하다. 닉슨, 포드정권 때 농업차관보대리를 지낸 리처드 필이 회장인데 부시대통령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 최대의 농민단체는 아메리칸 팜 뷰로연합으로 약4백만 명이 가입하고 있다.
데인 그레그나 회장은 부시대통령이 농업장관으로 고려했을 만큼 비중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미국은 행정부·의회·업계 관계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쌀 개방이란 공동목표를 위해 보조를 맞춰 뛰고 있다.
『미국을 세계의 빵 공장으로-.』
농산물의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미국의 속셈이다. 이를 위해 미 농민단체들은 의회와 행정부에 로비하고, 의회와 행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UR협상의 지렛대로 쓰고 있은 것이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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