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기밀문건 누가 집어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전략을 담은 정부의 비공개 문건이 국회에서 통째로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국회 한.미 FTA 특위에 제출한 해당 문건 중 1부가 특위 회의 현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13일 열린 FTA 특위 비공개 회의 때 특위 위원 30명에게 'FTA 주요 쟁점 협상 방향' 보고서를 배포했으며, 이 가운데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에게 배포됐던 문건이 회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6면>

외교부는 회의가 끝난 뒤 이를 다시 수거하는 과정에서 1부가 증발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배포된 문건에는 의원별로 번호가 매겨져 있었다. 외교부는 당시 특위 위원들의 회의장 출입이 잦아 관련 보고서를 회의 출석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위원들 자리 위에 비치해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다른 회의 일정이 겹쳐 공개회의 뒷부분과 비공개 회의는 전혀 참석하지 못했다"며 "회의 시간은 물론 그 이후로도 유출 문건 자체를 본 적이 없다"고 유출 관련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FTA 특위는 이에 따라 다른 회의 참석자가 이 의원에게 배포된 문건을 몰래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장 녹화 화면을 통해 회의장을 드나들었던 사람들을 조사 중이다. 국가정보원은 이와는 별도로 18일부터 이 문건을 작성한 외교통상부.재정경제부 관계자들에 대해 강도 높은 보안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위 여당 간사인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국회에서 대외비 자료가 유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현재 국회에 있는 FTA 관련 자료 열람실을 잠정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건 유출 파문은 정부와 국회 간의 책임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유출 문건 시비의 당사자인 이 의원은 "대외비 문건을 배부할 때는 최소한 본인에게 공지는 해야 한다"며 "대외비 문건의 관리는 소홀히 한 채 유출 책임을 국회로 돌리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정부가 앞으로 협상에서 비밀주의를 강화하고 협상 내용을 은폐하는 데 악용하기 위해 문서 유출 사건에 과잉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병기.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