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무용가 최승희 자서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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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나라 신 무용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월북 무용가 최승희의 자서전이 최근 발견돼 그녀에 대한 재평가작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고서수집가 최희응씨(46·영월중 교사)가 3년전 청계천 고서점가에서 발견, 최근 공개한 최승희의 『나의 자서전』은 일제시대의 친일 행각과 해방 후 월북으로 이어지는 편력 때문에 그녀에 대한기록이나 자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무용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자서전은 1937년(소화12년)주식회사 이문당이 발행한 것으로 발행인은 그녀의 오빠 최승일로 되어있다.
가로13㎝, 세로19㎝에 붉은 헝겊으로 표지를 한 자서전은 국·한문 혼용으로 기술돼 있으며 30장의 사진을 수록한 앞부분 3장이 찢겨 없어진 외에 완벽한 상태다.
자서전은 1백51쪽으로 앞부분에 최승희의 인물사진과 소야곡·가두 예인·인도인 비매·도약·무녀도 등 24장의 공연사진을 싣고 있으며「학교를 마칠 때까지」「나와 서모」등 1개 항목이 수록돼 있다.
또 최승희의 일본인 스승 이시이 바쿠,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 시인 박영희, 화가 안석주 등이 쓴 21편의 최승희 무용에 대한 평론으로 꾸며져 있다.
이 책이 출간된 1937년은 최승희의 나이 26세 때로 12개 항목에 달하는 글들이 자서전 출간을 목적으로 일시에 체계적으로 쓰여진 것이 아닌 것으로 보여져 최승일이 여러 지면에 발표됐던 글을 묶어 자서전으로 발간한 것으로 보여진다.
최승희는 이미 30년대 중반 몇 차례의 개인 무용발표회와 함께 미국 등 순회공연으로 무용가로서의 명성을 얻고있어 자서전 출간이 가능했으며 37년에는 일본어판 자서전이 출간됐었다는 설도 있다.
이 자서전은 최근 민속학자 심우성씨가 일본 도쿄의 고문헌 상에서 발견한, 58년 평양에서 출간된 최승희의 저서『조선민족무용기본』보다 21년 앞선 것이며 사진 또한 경성무용연구소·석정 문하시대 및 그녀의 실제공연사진으로 자료가치를 담고있다.
최근 남북문화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음악의 김순남, 문학의 김기림·정지용 등 월북예술가들이 재조명되면서 이번 공개된 최승희 자서전은 그녀에 대한 새로운 평가작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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