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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98 동계올림픽 유치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무역마찰 등 경제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미국과 일본이 9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자존심 걸린 한판승부를 펼치고 있다.
98년 동계 올림픽개최지는 오눈 15일 영국 버밍엄에서 벌어지는 제97차 IOC총회에서 91명의 IOC위원들의 무기명 비밀 투표로 결정된다.
현재까지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와 일본의 나가노시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스웨덴의 오스테르순트, 이탈리아의 아오스타, 스페인의 자카 등도 유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총회가 임박하면서 솔트레이크시티와 나가노 등 2개 도시로 압축되고있는 가운데 미국 부시대통령과 일본 가이후 총리가 적극 발벗고 나서 각국 IOC회원들에게 친서를 보내지지를 호소하는 등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걸프전쟁 승전무드 속의 미국은 동계 올림픽을 유치해 근래에 경제위기로 흐트러진 민심을 확고히 잡아「아베리칸 드림」을 또다시 이룩하자는 야심을 갖고있는 것이다. 반면「이코노믹 애니멀」로 세계도처에서 배척받고 있는 일본도 동계 올림픽유치로 이 같은 이미지를 씻고 경제대국의 위치를 굳히러하고 있다.
또 일본은 꼭 10년 전 한국과 하계 올림픽 개최를 놓고 경쟁하다 망신당한바 있어 이번에 초강대국 미국을 제치고 실추된 명예를 되살리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 같은 경쟁 속에 미·일 두나라는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솔트레이크시티가 각국 선수단의 체재비는 물론항공료까지 부담하겠다는 파격적 제의를 하자 나가노시도 막 바로 반격에 나섰다. 요시다 고이치로 나가노 시장은『우리도 얼마든지 같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의는 마치 올림픽을 돈으로 사려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솔트레이크시티 톰 웰치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장은『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 있다면 돈 많고 추한 일본인』. 이라고 욕설에 가까운 말로 되받아 눈살마저 찌푸리게 하고있다.
현재까지 경기시설과 재정능력 등 모든 면에서 솔트레이크시티가 나가노를 한발 앞서 있는 게 사실.
그러나 오는 91년 하계올림픽이 이미 미국의 애틀랜타로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IOC가 올림픽개최를 잇따라 미국으로 선정하기 어려운 약점을 안고 있다.
특히 지난해 IOC가 96년 올림픽개최지로 근대 올림픽 개최지로서 1백주년이 되는 아테네 대신 애틀랜타로 결정했을 때 상업주의 때문이라는 비난이 높았던 터라 IOC도 난처한 입장.
또 세계인의 잔치인 올림픽을 북미주에서만 20년 사이 다섯 차례(76몬트리올하계, 80레이크 플래시드 동계, 84LA하계, 88캘거리동계, 96애틀랜타 하계)나 독식하고 있는 것도 국제평등을 지향하는 올림픽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나가노도 모든 여건을 고러해볼 때 유력한 후보지 임에 틀림없다.
비교적 올림픽 개최가 드물었던 아시아권이라는 점이 지역안배의 차원에서 강점으로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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