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술대학원에서 최근 만난 두 사람은 청소년과 자신의 세계를 함께 나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화와 예술.과학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다 KAIST 학생 이외의 바깥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일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체험 교실은 창작악기 제작과 과학 영상 제작, 첨단 뮤지컬 제작 등 세 과정이 있으며,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그중 김 교수는 창작악기를, 노 교수는 과학 영상 제작을 맡는다.
◆김정진 교수=그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첼리스트다. 2003년부터 KAIST에서 음향 이론 등을 강의하는 틈틈이 음악 동아리를 지도했다. 김 교수 덕에 KAIST에는 크고 작은 음악 동아리와 음악회가 붐을 이루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음악에 빠져 학습에 지장을 받는다는 '엄살'까지 나올 정도다.
"과학 하는 학생들의 음감이 아주 특별한 것 같습니다. 음악적 자질이 뛰어난 학생이 많아요. 그런 학생들에게 음악과 과학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김 교수가 하는 수업은 특이하게도 악기를 만들어 연주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체험 학습에서도 자신이 고안한 악기를 만들어 마지막으로 연주까지 하도록 한다. 그와 학생들이 합동으로 악기 제작을 하는 공작실에는 각종 공구가 다 비치돼 있었다. 공작실에는 학생들이 만든 첼로며 바이올린.전자해금 등 다양한 악기들이 줄에 걸리거나 진열대에 서 있었다. 종이를 몇 겹 두껍게 만들어 바이올린을 만든 것도 있었다. 그는 종이 바이올린의 경우 소리가 낮고 약간 슬픈 음색이 나온다고 했다. "악기를 과학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결코 생명이 오래갈 수 없습니다. 악기를 통한 음향학도 좋은 연구 테마로 자리 잡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노준용 교수=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용 특수 효과 프로그램을 만들다 지난해 KAIST로 왔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경력이다. 영화 '슈퍼맨 리턴즈''가필드''반지의 제왕 3편' 등 23편의 특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물론 혼자 한 것은 아니고 팀 단위로 일했다. 할리우드 영화사에는 그런 특수 효과를 담당하는 프로그래머들이 50~100명씩 일한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이번 체험 교실에서는 청소년들이 간이 영화를 만들면서 거기에 특수효과를 넣는 작업을 해보게 할 참이다. 참가자 중 일부는 소형 캠코더로 영화를 찍고, 또 일부는 배우 역할도 한다. 노 교수를 중심으로 바다에서 배가 출렁이거나 침몰하는 장면 같은 특수 효과를 만들어 영화 장면에 삽입해 상영해 볼 예정이다. 한국이나 미국 어느 곳에도 아직 이런 프로그램은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특수효과는 노 교수와 같은 과학자가 프로그램을 짜주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것을 이용해 눈이 오거나 거대한 홍수가 이는 장면을 만드는 식으로 영화에 들어간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