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선생님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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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자기가 할 도리를 다하고 사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물질적인 것보다 그저 소식이나 전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 왜 그리 힘들까.
30년전 국민학교시절, 모두가 어렵게 살아가는 시절에 사랑을 베푸시고, 나의 어려운 집안사정을 잘 알아주시고 격려하시던 고마우신 인 선생님. 항상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핑계인지 몰라도 살아가기 바빠 마음뿐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기를 30년….
얼마 전 선생님께서 양수리 조안국민학교 교장선생님으로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쁘고 반가워서 전화를 드리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억해 주실까 싶고 그 즈음 마침 스승의 날이기도 해서 편지를 드렸더니 기억하시고 금방 전화를 하셨다.
나의 첫마디. 어떻게 기억하셨어요.
수천명의 제자 중에…. 정말 그때 그 기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도 꿈만 같다.
전화 받고 2일 후 안동에서 기차를 타고 청량리에서(양수리역은 서지 않음)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양수리 선생님학교에 찾아갔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어떻게 변하셨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언제 갔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께서도, 사모님께서도(초면은 아님)너무나 반가워하셨다.
옛날이야기하고, 또 하고 선생님 댁에서 새벽3시까지 이야기했다.
선생님과 제자가 함께 어려운 시절을 보냈기에 이런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아이들처럼 풍요롭게 아쉬운 것 모르고 살면 나와 같이 선생님께 잊지 못할 추억과 감사의 정을 가질 수 있을까.
스승님 찾아주기 운동도 한다지만 지금 아이들이 커서 과연 스승을 찾으려고 애나 쓸까.
가장 존경하는 인영옥 선생님. 저의 바람은 그저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시길 빌 뿐입니다.【정갑숙<경북 안동시 화성동 57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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