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정서 엿 본 초상집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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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산연희단거리패가『오구-죽음의 형식』이란 대표작을 서울무대에 올려 또다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부산 연희단 거리패는 지난해『오구』와『산 씻김』을 공연해 서울무대에 한바탕 충격을 던졌던 지방극단. 이번에 다시「사랑의 연극잔치」에 참가, 16일까지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에서 『오구』를 공연중이다. 이번 공연은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에센 세계연극제의 초청을 방아 출국을 앞두고 극단「광장」의 이름으로 마련됐다.
『오구』가 매번 공연마다 서울 연극 팬을 사로잡는 것은 한국인의 심성 밑바닥을 들쑤시는 내용과 형식의 독특함 때문이다. 『오구』는 경남지방의 전통 굿인 오귀굿(오구굿: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굿)을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한판 벌이면서 시작된다. 죽음과 삶이란 심각한 경계를 넘어서는 파격으로 시작된 극은 초상집을 난장판으로 희극화 시키는 파격으로 이어진다. 북·장구의 굿거리장단이 죽음을 기뻐하는 무속적 감정을 일깨우는가하면, 상주가 화투판에 끼어 들어 치고 받고 저승사자가 산사람과 정사를 벌이는 등 온갖 분탕질이 계속된다. 이 같은 형식과 내용이 파격적임에도 덜 부담 없이 즐겁게 방아 들여질 수 있는 것은 작자 겸 연출가인 이윤택이 포착한 민중정서(곁으로는 너스레를 떨면서도 속으로는 제할 짓 다해내는)가 관객들의 마음속을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오후4시30분·7시30분 공연. 박은훙·하용부·배미향·남미정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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