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차고 “얼마 받았냐” 쑤군/수상한 시위꾼들 한달 행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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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안실 주변서 노점펴고 온갖 행패/강군 노제땐 취재기자 집단 구타도/명동성당 신부 멱살 잡고 욕설까지
경찰이 검거에 나선 「시위꾼」들은 명지대생 강경대군 치사사건 이후 연세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민주시민을 자처하며 지금까지 각종 시위현장 주변에서 폭력과 파괴를 일삼아왔다.
시위참가 목적·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는 이들 「시위꾼」들의 폭력행태를 추적해본다.
◇연세대주변=강군의 시신이 세브란스병원영안실에 안치된 다음날인 4월27일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이들은 처음에는 10여명에 지나지 않다가 1주일만에 1백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대책회의가 설치된 학생회관과 영안실주변을 배회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4월29일에는 영안실근처에 몰려있던 시위꾼 10여명이 강군 분향소로 보내온 정치인들의 조화를 『애국시민이 아니면 꽃을 보낼 자격이 없다』며 모조리 부숴버렸다.
연세대구내에서 담배·마스크·신문 등을 팔기도 하는 이들은 관할권을 놓고 주먹을 휘두르며 다른 상인에게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시위꾼들의 폭력이 절정을 이룬 것은 지난달 14일과 18일의 강군 장례식날.
14일 오후 신촌로터리 노제에 모여있던 학생·시민 3만여명속에 흩어져 있던 시위꾼들은 군중심리를 자극,그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시민들을 폭행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쯤 모언론사의 취재차량에 이들 시위꾼들이 몰려가 『기자놈들은 다죽여야한다. 차는 불태우자』고 선동,차에 타고 있던 김모기자(31)를 끌어내 집단구타하고 들고있던 돌로 차앞유리창을 박살냈다.
14일과 18일 이들에게 구타당하거나 취재장비를 빼앗긴 기자만도 10여명에 이른다.
◇명동성당=국민대토론회가 열린 지난달 24일 성당측이 미사를 이유로 토론장에서 사용하던 앰프의 전원을 차단하자 곳곳에 모여있던 시위꾼들은 성당사무실로 몰려가 노신부에게 『잘 먹어서 기름기가 흐른다』는등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멱살을 잡는등 행패를 부렸다.
이중 한명은 유리창을 깨고 유리조각을 자신의 목에 들이대며 『같이 죽자』고 성당관계자를 위협하며 자해소동을 벌였다.
이를 취재하기 위해 모여있던 기자들을 향해서는 『취재를 중지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면서 『반동신문인 모일보기자가 누구냐』며 행패를 부리다 대책회의 책임자의 자제요청에도 오히려 주먹질을 하며 불응.
◇백병원주변=김양 사망이후 자발적으로 병원주변에 매일 모여든 시민 3백∼4백명중 「애국시민」임을 자처하며 폭력과 소란을 일삼아온 시위꾼은 대략 20∼30명에 이른다.
대책위측에서 그동안의 사례를 모아 밝힌 이들의 행동사례는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첫째,대책위원회등 지도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경우로 각종 집회·시위때마다 지도부의 사소한 실수를 빌미로 『투쟁력이 없다』거나 『똑바로 하라』는등 비난을 일삼고 있다.
둘째,과격시위를 유발시키는 경우로 평화시위때 학생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화염병·돌을 던지고 『모은행을 불태워버리자』는등 폭력시위를 선동했었다.
셋째,학생등 투쟁주체와 언론간의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로 보도진을 향해 「관제언론」운운하며 『기자들을 모두 죽여버려야 한다』는등 극도로 흥분된 언동을 사용,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넷째,인근 상가나 병원에 고의적인 피해를 끼치는 경우. 병원근처의 한 식당은 이들에게 마실 물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태우 하수인 물러가라』는 비난과 함께 간판등이 부서지는 봉변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상당히 조직적·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정황증거도 여러차례 목격됐다.
주변식당에서 이들이 모여 『오늘은 돈을 얼마 받았으냐』『야근조가 더 낫다』고 이야기나누는 모습이 몇몇 학생들에 의해 목격되었고,이들중 일부가 무선호출기를 차고 있는 모습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에게 신분을 물어보면 『나는 10년이상 투쟁해온 사람이다. 너희들이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며 주눅이 들게 만들거나 「프락치」로 몰아 봉변을 주는등 이들의 정체는 아직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이수호·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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