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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기업 육성”청사진 변질/주력업체 선정 제대로 됐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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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룹당 1∼2개사서 3개로 늘려/술·유통시장 열어놓고 지원 외면
1일부터 개정된 여신관리제도가 시행에 들어갔다.
종전 총여신규모기준 1천5백억원이상이면 해당되던 여신관리대상 계열 기업군이 대출금기준 상위 50대그룹으로 바뀌고 여신한도(바스킷)관리대상은 대출기준 상위 30대그룹으로 됐으며,5월31일자로 최종 확정된 주력업체(72개사)와 주식분산우량업체(4개사)는 아예 여신관리대상에서 빼주겠다는 것이 새 제도의 골자다.
이 제도개편의 발상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비롯됐다. 당시 정영의 재무장관이 재무위에서 불쑥꺼내 3개월여만에 시행단계에 들어가긴 했지만 그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다.
국제화·개방화라는 전대미문의 파당에 휩싸여 점차 대외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전망있는 기업을 선별해 금융차원에서 집중지원,IBM이나 도요타(풍전)같은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키우겠다는게 당초취지였다.
그러나 당초에 생각했던 「그림」조차 그려보지 못한채 그런 아이디어는 많이 변질됐다.
주력업종을 지정한후 상위 10대계열기업군중 1∼2개씩의 주력업체를 선정하려던 것이 30대그룹의 자체 주력기업 3개씩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함께 우리경제가 앞으로 처하게될 어려움이 제조업쪽에 있다고 보고 건설·유통·음식료를 제외한다고 했으나 나중에는 11대이하그룹에 대해서는 건설·음식료를 해당그룹의 「간판기업」일 경우 인정해주는 쪽으로 선회했다. 두산계열의 동양맥주,롯데계열의 롯데제과,진로계열의 진로가 이 케이스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예컨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과 우성유통 등은 끝내 제외됐다. 또 종합상사는 모두 배제됐다.
이같은 재무부와 은행감독원의 주력업체 선정기준 및 기준완화는 일면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처음부터 시류를 잘못 읽고 있다는 비난도 받았다.
최초 발상이 우리기업의 대외경쟁력강화 차원에서 비롯됐음에도 이미 작년에 문을 다 열어놓은 술시장에 대한 배려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점이다. 비록 「술」이라는 상품이 소비적이긴 하지만 기라성같은 외국술이 제한없이 들어오는 마당에 무조건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당국이 끝까지 고집해 밀어붙인 유통쪽만 해도 그렇다. 당장 한달뒤인 7월부터 유통시장이 개방되는데도 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물론 현금장사인 유통업에 대해 굳이 여신한도까지 없애가며 돈을 대 줘야하는데 대한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조업하면 으레 기계나 만들면 해당되는 것으로 여기는데 있다.
또 그룹마다 3개씩의 주력업체를 지정받기 위해 신청,결국 대부분 그대로 인정받은 기업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대외경쟁력과는 괴리가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감독원은 주력업체에 대한 대출금의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다른 부문으로 유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대출금의 즉각 회수와 함께 주력업체자격 박탈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날 주력업체로 확정된 72개사중 제조업체는 62개사로 86.1%를 차지했다. 여기에 주식분산 우량업체 4개사를 포함할 경우 제조업체 비중은 86.8%를 차지,제조업 경쟁력강화 차원의 금융지원이라는 주력업체 지정제도가 수치상으로는 그런대로 취지에 들어맞았다. 이제 이같은 조치가 앞으로 산업구조 및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이춘성기자>
◇주력업체 선정 현황
계열명 기존 선정 업체
삼 성 삼성중공업,삼성전자,삼성종합화학
*한 진 대한항공
대 우 대우전자(대우조선)
현 대 현대자동차,현대전자(현대석유화학)
럭키금성 럭키,금성사,금성일렉트론
선 경 유공,SKC,선경인더스트리
*한 일 한일합섬
쌍 용 쌍용양회,쌍용정유,쌍용자동차
기 아 아세아자동차,기아기공,기아특수강
대 림 대림요업,대림콘크리트,대림자동차
금 호 아시아나항공,금호,금호석유화학
효 성 효성중공업,동양나일론
두 산 두산기계,두산유리(동양맥주)
한국화약 한양화학(한국화약,경인에너지)
동국제강 동국제강,한국철강
극동정유 극동정유(극동도시가스)
극동건설 극동건설,극동요업
동아건설 동아건설,대한통운
롯 데 호남석유화학(롯데제과)
동 부 동부화학,동부건설,동부제강
삼양사 삼양사,삼남석유화학
코오롱 코오롱,코오롱ENG(코오롱유화)
삼 미 삼미종합특수강,삼미금속
벽 산 벽산건설(동양물산,벽산)
우성건설 우성건설,우성산업
고려합섬 고려합섬,고려종합화학
한 라 만도기계,한라시멘트(한라중공업)
조양상선 조양상선
진 로 연합전선(진로)
동양화학 동양화학,옥시,한국카리화학
계 72개업체
주:*표시계열은 5.31 현재 비업무용부동산 미처분 계열
괄호안은 추가선정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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