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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밀물에 대비책 졸속/“불가피 하지만 너무 갑작”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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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통」은 7월… 초비상/「자본」 내년초로 당겨/압력·외교성과에 떠밀리는 「우리시장」
닫아걸었던 국내 시장의 빗장이 한꺼번에 풀리고 있다. 언젠가는 풀 빗장이라해도 그 과정이 너무 급작스럽고 대비가 부실하다. 7월부터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외국은행·증권사의 금융전산망,증권거래소 가입이 허용되며 내년초로 예정된 자본시장 개방도 시기를 당기고 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국제화·개방화가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토를 달 사람은 없겠지만 그 수순은 우리의 필요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관계기사 6,7면>
통상압력에 떼밀리고 외교적 성과를 위해 경제를 회생시켜가며 개방을 할 수는 없다.
얼마전까지만 햄도 「어불성설」로 취급되던 외국은행의 금융전산망 가입도 결국 허용키로 했다.
EC(유럽공동체)가 지적소유권등에 대해 미국에 해준만큼 똑같이 대접해달라고 한국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를 상당부분 수용할 방침이다.
7월로 다가온 유통시장 개방은 백화점·슈퍼마킷 정도를 여는 것으로 생각했던 무지와 소홀한 대비로 가전·의류 할 것없이 한숨만 내쉬고 있다.
자본시장 개방은 내년 3월로 예정됐었지만 이를 1월로 당긴다는 생각인데도 외국에서 몰려들어올 핫머니(국제단기유동자금)를 어떻게 막아야할지 이제서야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다.
기왕의 약속도 준비조차 못하고 있는터에 새로운 약속만 펑펑 해댄다.
금융전산망 가입만해도 그렇다. 이젠 외국은행이 점포하나만 차려놓으면 전국 곳곳에 깔린 우리은행 지점을 통해 고객의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낙후된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긍정적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려면 준비기간이라도 주어야 한다.
전산망 가입은 「회원인 은행들이 알아서 할 일」이란 말만 믿다 당한 꼴이다.
미 의회는 최근 미 정부가 마련한 신속처리권한(Fast Track) 적용시한 연장안을 승인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와 미­멕시코간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행보가 빨라질 판이다.
이는 농산물·서비스 등 취약부문의 개방과 섬유·신발 등 그동안 우위를 누려온 품목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중요한 협상들이다.
정치와 시국이 시끌시끌하다해서 대외협상을 허술히 하다가는 언제 어디서 당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다.
개방의 불가피성에 대한 설득과정도,관련업계에 대한 대비기간도 마련되지 않고 불쑥 나와 덥석 안겨주는 식의 대외협상으로는 국민이 믿고 따르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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