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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70%가 농약중독 증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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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농약 공해는 이제 농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농약뿌린 농산물을 먹는 전국민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88년부터 농촌을 순회하면서 농민들의 건강상담·무료투약을 해오고 있는 약사 허정회씨 (31·한겨레약국·서울대림3동)가 최근「농약사용의 현황과 피해」라는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에서 그는 농민들의 농약 사용 실태와 이른바「농부병」으로 불리는 농약중독의 무서움을 밝히고 있다. 또 유통 때 변질을 막기 위해 농약·방부제가 잔뜩 뿌려진 수입 농산물을 무방비상태로 수입,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볼 피해도 함께 경고하고 있다.
『현재 평균 연령이 50대인 농민중 70%가량이 구토증·어지럼증·수전증·피부발진·졸도 등 농약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밖에 힘든 농사일로 신경통·관절염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고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해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았습니다.』
허씨는 또 농기계로 인한 부상과 신체장애 등으로 농민들은 2중, 3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허씨는『요즘 바나나 등 수입과일을 먹고 배탈이 나는 환자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면서『이는 바로 농약이나 방부제 탓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허씨는『세계 의약품시장에서 우리의 치료약 소비율이 9위권에 들 정도로 약소비가 많은 것도 농약·대기오염 등 환경공해로 우리의 건강이 자신도 모르게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광주태생으로 86년 조선대 약대를 졸업, 보령제약에서 근무하다 88년 약국을 개업한 허씨가 농촌문제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젊은 약사들의 모임인「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 가입, 농어촌분과를 맡으면서부터.
농사철이 되면 현장에가 모내기·벼베기도 거들면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직접 확인하게되자 농촌문제의 근본원인을 조사 연구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도시가 꽃이라면 농촌은 뿌리입니다. 그러나 성장위주 정책에서 농촌이 소외됨으로써 지금은 붕괴돼 가고 있습니다.』
허씨는『농촌문제에서 우리 민족의 장래를 찾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정재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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