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죽 씹는 힘 떨어뜨려 곤란 밥 질게 하면 소화도 척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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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영 먹을 게 없어." 나이 든 어르신들에게 쉽게 들을 수 있는 하소연이다. 나이가 들수록 미각이 둔화되고 소화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집에서 밥을 먹든, 외식을 하든 노인에게 맞는 음식을 골라먹기란 쉽지 않다. 노인 음식을 특화시킨 외식업체나 음식배달업체도 없다.

하지만 균형잡힌 식생활은 건강한 노년의 기본 조건. 아이들 이유식만큼이나 원칙을 지켜 신경 써야 할 분야다. 보건산업진흥원 김초일 국민영양팀장은 노년의 식생활 원칙에 대해 "젓갈 등 저장음식을 피하고, 동물성 단백질과 떠먹는 요구르트를 챙기라"고 말했다. 미각 기능이 떨어진 노인은 점점 짜고 매운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되므로 소금의 섭취가 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고 짠맛 대신 신맛이 강한 음식을 내놓으면 대부분의 노인이 싫어하므로 겨자나 일반 식초보다 덜 신 발사믹 식초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또 단백질 중에서도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동물성 단백질을 챙겨야 한다. 우유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하루 세 잔 이상 마셔야 하지만 노인들 중에는 우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떠먹는 요구르트를 대신 먹는다.

노인에게 죽은 권할 만한 메뉴가 아니다. 씹는 능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데다 영양소의 밀도가 낮아 영양실조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죽 대신 밥을 질게 하고, 음식 재료를 잘게 잘라 조리한다. 너무 음식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만 신경 쓰다 보면 섬유소가 부족해질 수도 있으니 시금치.근대 등 녹황색 채소도 챙긴다.

글=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부담 없고 맛 좋고…요리연구가 박종숙씨의 추천 메뉴

◆굴 미역국 … 콜레스테롤 줄여 고혈압.빈혈 막아줘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할 정도로 영양성이 뛰어나다. 특히 우리나라 해안에서 생산되는 자연산 굴은 맛과 풍미가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굴 속의 타우린 성분은 어른들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고혈압과 빈혈을 예방한다. 들기름은 유화작용이 뛰어나 국을 끓였을 때 겉돌지 않고 해산물과 맛이 잘 어울린다. 푹 끓인 미역국에 마지막으로 굴을 넣어 한소끔 더 끓여줄 때 굴의 풍미가 제일 뛰어나다.

.재료=불린 미역 250g, 다진 마늘 1큰술, 들기름 1큰술, 국간장이나 액젓 1큰술, 황태 머리 육수 5컵, 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미역은 찬물에 불려 잘 주물러 씻은 뒤 물기를 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굴은 자잘한 자연산 굴을 사 바닷물 농도의 소금물에 헹군 후 건진다.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미역과 다진 마늘, 국간장(액젓)을 볶다가 육수를 부어 푹 끓인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굴을 넣어 한소끔 더 끓여 참기름을 살짝 둘러낸다.

◆북어껍질 만두국 … 질긴 맛 없고 부드러워

북한 지방에서 숙취해소용으로 끓여 먹던 어글탕을 응용해 만든 것. 질길 것 같은 북어 껍질이 의외로 부드러우면서 씹는 맛을 준다. 설날 등 명절에 만두를 해 먹을 때 소를 남겨두었다가 만들어도 좋은 음식이다. 요즘처럼 북어채를 따로 팔지 않던 시절, 아침마다 북어국을 끓일 때 모아두었던 북어 껍질로 새로운 해장국을 만들어낸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음식이다.

.재료=쇠고기(다진 것) 200g, 숙주 100g, 두부 200g, 북어채 가루 1/2컵, 달걀 2개, 밀가루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쇠고기 양념=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간장 1큰술, 참기름 1/2큰술, 깨소금 1/2큰술, 설탕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두부 소 양념=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생강즙 1/2작은술, 설탕 1/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국물 재료=양지머리육수 7컵, 쪽파와 미나리 3큰술, 홍고추 1/2개, 국간장 1큰술,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다진 쇠고기는 따로 양념을 한다. 숙주는 데쳐서 물기를 짜 잘게 자른 뒤 으깬 두부, 북어채에 물을 살짝 뿌려 부드럽게 한 뒤 커터로 갈아 가루로 만든 후 섞어 양념을 한다. 양념한 두 가지를 합해 만두소를 만든다. 북어 껍질은 건어물상에서 껍질만 파는 것을 구입하거나 통북어를 두들겨 벗긴 껍질을 모아 두었다 물에 살짝 불려 깨끗이 닦아 놓는다. 편편하게 편 북어 껍질 안쪽에 칼집을 넣어 오그라들지 않게 한 뒤 밀가루를 뿌린다. 그 위에 만두소를 넣어 돌돌 만 뒤 다시 밀가루.계란물을 입혀 팬에 지져낸다. 냄비에 양지머리육수를 끓이다가 북어 껍질 만두를 넣어 한소끔 끓어오르면 간을 맞추고 잘게 썬 미나리.파와 함께 담아낸다.

◆떡갈비 샐러드 … 다진 갈빗살에 씹는 맛 쫄깃

밥상 위의 고기가 나이 드신 분들에겐 '그림의 떡'이기 쉽다. 특히 갈비의 경우엔 뜯고 싶은 마음만 자극해 달갑지 않은 메뉴가 될 수 있다. 갈빗살을 다져 양념한 떡갈비는 고기를 즐기면서도 갈비를 뜯는 욕망까지 충족해 줄 수 있다. 샐러드를 곁들여 주면 좋은데 드레싱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을 위해 간장을 기초로 드레싱을 만들어 봤다.

.재료=쇠 갈빗살(또는 등심) 600g, 꿀 1큰술, 잣가루 1큰술, 애호박 1개(물 2컵+소금 2큰술), 샐러드용 채소 적당량

.쇠고기 양념장=간장 4큰술, 설탕 2큰술, 배즙 3큰술, 다진 양파 3큰술, 다진 파 4큰술, 다진 마늘 2큰술, 깨소금 1큰술, 후춧가루 1/4작은술

.부재료=밤 10개, 은행 10알, 대추 5알, 통마늘 10개

.부재료 조림장=간장 2큰술, 맛술 2큰술, 배즙 3큰술, 생강즙 1/2작은술

.샐러드드레싱=간장 1큰술, 포도씨 오일 3큰술, 발사믹 식초 2큰술, 꿀 1큰술, 참기름 1/2큰술

.만드는 법=쇠고기는 굵게 다져 양념을 하고 충분히 치댄 뒤 4등분해 넓적한 떡갈비 모양으로 만든다. 밤은 끓는 물에 삶아 익힌다. 조림장을 불에 살짝 끓이다 밤과 은행 등 부재료를 넣어 조린다. 프라이팬을 달궈 떡갈비를 굽는데 마지막에 살짝 꿀을 발라 준다. 애호박을 잘게 썰어 소금물에 살짝 절였다 꼭 짠 뒤 팬에 볶아 식힌다. 큰 접시에 호박 볶은 것을 담고 떡갈비를 얹은 뒤 잣가루를 올린다. 부재료와 샐러드용 채소를 곁들이고 드레싱과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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