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 옮기고 도서관 연 교장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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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책, 꽃만큼 아름답고 밥만큼 소중하다

이혜화 지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72쪽, 1만원

학교도서관 운영에 목숨을 건 교장이 있었다. 부임 후 학교에서 가장 위치가 좋고 공간도 널찍한 교무실을 옮겨 도서관을 열었다. 도서관은 편의점처럼 24시간 개방했다. 아이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막대사탕과 사발면 등 간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도서 분실이 잦았지만 감시카메라는 끝끝내 설치하지 않았다. 냉.난방 통제도 도서관만은 예외였다. 외부에는 "저 학교 교장은 찾아갈 때 드링크제 대신 도서상품권을 사가면 입이 벌어진다"고 소문이 났다. 나중에는 졸업생들도 모교를 방문할 때는 꽃이나 케이크 대신 도서상품권을 사왔다.

2005년 경기도 화수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지은이의 얘기다. 1999년 그의 부임 후 화수고는 학교도서관 정보화 선도학교로 지정됐고 전국도서관대회에서 학교도서관 우수학교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받는 등 도서관 운영에서 혁혁한 성과를 보였다. 이 책은 40여 년의 교직 생활을 '학교도서관 양성=인재육성'이라는 신념 하나로 매진한 한 '억척선생'의 땀내 물씬한 경험담이다.

왜 학교도서관인가. "입시에 볼모잡힌 현재의 교육으로는 원천적으로 윤리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해 대답을 구하는 독서 행위야말로 '암기 기계'가 아닌 '생각하는 사람'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난이도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치우던 어린 시절의 독서광적 경험과,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것보다 책을 통해 혼자 배운 것이 많았다. (…) 이제 학교는 보다 적극적으로 학생의 책읽기 환경을 만들어주고 교사는 독서 지도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공교육 실패의 해결책을 찾는 교사의 분투가 눈물겹고도 진솔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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