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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교­핵사찰」맞서 난항/평행선 그리는 북한­일 수교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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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원조 급한 북한 정면승부/느긋한 일…북에 정책전환 촉구
제3라운드에 들어간 북한­일본간의 수교협상은 일본측이 핵사찰·남북한대화재개·유엔동시가입등 3개 현안문제의 선결을 주장한데 대해 북한측이 선국교수립 후현안해결의 새 제안으로 맞서 회담장기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차(평양·1월),2차(동경·3월)회담에서 양측의 카드를 모두 내보인만큼 이번 3차 북경회담부터는 양측의 이견을 좁혀나갈 것이라는 예상은 「새로운 혹」이 덧붙는 바람에 빗나가 북한측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전인철 북한측대표는 이같은 분위기를 빗대 20일오전 회담에서 『마치 방글라데시를 휩쓴 사이클론이 다가오는 느낌』이라면서 『오월동주의 배가 암초에 부딪치지 않기만 빌뿐』이라고 말해 회담이 결렬될 수 있음을 미리 암시했다.
북한측은 이날 회담에 대비,새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핵사찰」의 화살을 빗겨가기 위한 속셈으로 『우선 국교수립부터 하자』는 정면승부와 함께 북한 매스컴을 동원,『일본이 양국간 문제가 아닌 엉뚱한 문제를 제기,제3자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국과 미국이 북한­일본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비난함으로써 일본 및 국제여론에 호소하는 양면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전대표는 오후회담에서 『실있는 회담이 되기 위해서는 전의제를 한꺼번에 협의하는 것은 부적당하다』고 지적,『제1의제(기본문제)부터 토의하고 어느정도 합의가 이루어지면 외교관계를 설정,하나씩 남은 의제를 처리하면 좋다』고 대뜸 「선외교수립」제안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측 나카히라(중평)대표는 『쌍방의 의견을 좁혀 어느정도 공통의 토대가 만들어지기전에는 깊숙한 의논이 어렵다』고 지적,핵사찰등 국제문제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교섭은 더이상 진전되기 힘들다고 말해 이를 거부했다.
북한측이 이처럼 핵사찰등 국제문제를 선반위에 올려놓고 『국교수립부터 하자』고 나온데는 21일 회담에서 일본이 「이은혜」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예상,북한측이 미리 기선을 잡아두겠다는 속셈도 엿보인다.
일본측은 첫날 나카히라대표의 서두발언에서 『북한에 관한 정보부족에서 생기는 일본국내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어 금후 상호이해를 깊이하기위해 북한이 더욱 투명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이은혜」문제를 간접 비난했다.
그러나 나카히라대표는 회담에 앞서 일본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북한에 「이은혜」가 일본인여성이라는 구체적증거를 제시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상세한 자료를 제시하는 것보다 조사를 의뢰하는데서 출발하는 편이 좋다』고 말해 이번회담에서 「이은혜」에 대한 소재조사에 협력을 구하겠다는 생각을 비쳤었다.
일본측은 이번 회담에서 ①핵사찰 ②남북대화재개등 1,2차회담에서 거론된 문제이외에 ③유엔동시가입문제도 일­북한 수교교섭의 전제가 될수 있다고 말해 한국의 입장에 배려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나카히라대표는 서두발언에서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고 유엔보편성원칙에서도 남북 동시가입이 바람직하며 북한도 이에 응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하는 한편 『이 문제의 해결은 교섭촉진의 호재료가 된다』고 표현,북한측의 정책전환을 촉구했다.
북한측은 핵사찰에는 「미조(북한)간의 문제」,남북대화·유엔가입은 「정상화교섭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모두 거부하는 입장을 비치는 한편 『이들 문제를 교섭의 전제조건으로 제기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측은 특히 유엔가입문제를 두고 『우리가 자주적으로 해결할 문제로 남북 쌍방의 가입은 분단을 고정화한다』고 동시가입할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동경외교가에서는 북한이 9월 유엔총회를 앞두고 이번회담 아니면 4차회담에서도 유엔동시가입문제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얘기가 퍼져있는 만큼 북한측의 앞으로의 발언이 주목된다.
북한측이 이번회담에서 「선국교수립」을 제안한 배경에는 『우선 국교를 수립,경제원조를 받아내야한다』는 경제적사정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소련에 이어 중국도 대북무역거래에 경화(교환가능한 통화)결제를 내년부터 시행할 뜻을 비추고 있는 만큼 외화사정등 북한경제는 더욱 고경에 처할 것이라는게 지배적 의견이다.
때문에 염치불구하고 연내에 국교정상화교섭을 조기타결시키자는 북한지도부의 본심이 북경회담에서도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은 한편으로 국제적으로 의심을 사고있는 「핵의혹」에 대해 『일조국교정상화와 교환하는 식으로 해결하고 싶지 않다. 더이상 이문제는 얘기하지 말자』(전인철 대표발언)고 말하고 있는 만큼 국교를 서두를 이유가 없는 일본과의 평행선은 당분간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동경=방인철특파원>
◎북한­일 대표 무슨말 오갔나/수교앞서 환경조성부터 서두르자/일대표/핵사찰과 수교를 맞바꿀 생각없다/북대표
제3차 일­북한 국교정상화 북경회담에서 양측의 발언요지는 다음과 같다.
▲나카히라(중평립·일본 대표)=이번에는 상호입장에 대해 이해를 깊게하기 위해 공통의 무대를 만드는 노력을 하고 싶다.
▲전인철(북한대표)=같은 기분이다. 알맹이 있는 회담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의제에 대해 단숨에 협의해 나간다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제1의제(영토주권·국교수립등 기본문제)에 대해 먼저 토의하고 어느정도 합의되면 외교관계를 설정,그 다음에 제2문제(배상·청구권등 경제적 문제)이하 문제를 처리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외교관계가 설정되면 이해가 깊어진다. 이같은 토대에 입각해 나머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나카히라=쌍방의 생각이 벌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정도 공통의 무대가 마련되지 않은채 특정의 문제를 파고드는 것은 곤란하다.
귀국에 관한 정보부족으로 생겨난 일본 국내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더욱 투명도를 높여나갈 것을 강력히 희망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장조치협정 체결문제의 해결없이 다른 논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국내적으로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는 유일한 피폭국인 일본국민 여론의 중대한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국제조약은 준수되는 것이 원칙이다.
남북대화의 진전은 한반도 정세의 긴장완화·안정화에도 연결되며 일­북한간 교섭을 진행하는 면에서도 바람직한 환경조성이 될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
남북대화의 조기 재개를 희망한다.
유엔의 보편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유엔에 남북 동시가입을 기대한다. 이상의 문제점이 진전되면 각 논점에 관한 환경이 정비될 것이다.
▲전=핵사찰 수락은 미국과 북한간의 문제이고 일­북한간에는 논의할 필요가 없다. 남북대화와 유엔가입문제도 일­북한 교섭과 관계없는 문제다.
▲나카히라=단일의석에 의한 유엔 가입은 비현실적이어서 중소를 포함해 이 방식을 이해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알고 있다.
▲전=핵사찰문제에 대해 미국과 중개할 용의가 없으면 일본측이 제기해서는 안된다. 일­북한 국교정상화와 교환하는 형태로 이를 해결할 생각은 없다. 이를 문제삼는 것은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나카히라=이를 보류해 다른 분야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핵개발의 의사도,능력도 없다면 조기에 무조건 받아들여야 된다.
북한의 영변에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건설중이라고 듣고있어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아무리 해도 유엔 동시 가입에 응하지 않을때에 한국이 정식가입을 신청하면 일본으로서는 지지한다.
▲전=내부문제에 손을 대 남을 역성들어 주는 것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남일변도는 아닌가.<동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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