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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적공방 재야­검찰 누가옳은가/뜨거워지는 김기설씨 유서자필여부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전민련간부 필체 확인/검찰/내 글씨와는 전혀달라/강씨
지난 8일 서강대에서 분신자살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26)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지검 강력부가 18일 『김씨의 유서가 재야단체의 간부에 의해 대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데 대해 19일 재야단체측이 이를 즉각 반박하고 나섬으로써 분신·투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재야단체의 대응이 정면으로 맞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즉 검찰의 수사가 사실이라면 재야단체등 운동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고,재야단체측의 반박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이들이 주장해온 「운동권을 탄압하기 위한 수사」라는 점을 확인해주기 때문이다.
검찰은 숨진 김씨의 분신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의 필적과 김씨가 85년 누나에게 육아책을 선물하면서 겉표지에 쓴 필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대조의뢰한 결과,동일한 필적이 아니라는 뜻의 「감정불능」을 통보받음으로써 유서를 대필해준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검찰은 김씨와 알고 지내던 3∼4명의 참고인 조사를 통해 발견된 「단서」로 유서의 필적이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27)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 단서에 대해서는 수사상의 이유로 정확히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이 강씨를 유서 대필의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강씨가 85년 가락동 민정당 연수원 점거사건 당시 수사기관에서 자필로 작성한 피의자 자술서와 필적이 동일하다는 감정결과와 함께 숨진 김씨의 자필이라며 전민련이 제출한 근무일지와 애인 홍모씨가 제출한 메모지의 필적 역시 강씨의 것으로 감정된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강씨의 신병이 확보되면 적어도 강씨의 자살방조혐의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나아가 강씨등이 사건직후 모카페에서 재야단체 관계자들과 검찰수사에 대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점도 확인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전민련측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제시한 김씨의 자필이 85년에 쓴 것으로 시차가 있는데도 필적변화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김씨가 군복무시절 차트병으로 근무해 다양한 필체구사가 가능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대필장본인으로 지목하고 잇는 강씨는 『절대로 유서를 대신 써주지 않았으며 공개된 장소에서 당국의 필적감정에 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씨가 군 제대후인 89년 주민등록증 분실신고를 하면서 안양시 호계동 동사무소에 제출한 신고서 필적이 85년의 필적과 동일하고 김씨는 차트병으로 근무한 것이 아니라 종교를 담당하는 군종병이었다』며 『이같은 재야단체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20일 출두를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낸 전민련 인권위원장 서준식씨(43)등 간부와 회원 5명이 출두할 경우 전민련측이 김씨의 필적과 다른 업무일지를 검찰에 제출하게 된 경위와 김씨의 5∼8일까지의 행적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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