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핵궁금증 키운 「영변소동」/신종오 과학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의 핵시설이 있는 영변지역과 안주지역 일대의 지표면온도가 갑자기 섭씨35.7도까지 상승했다는 분석결과에 대해 관련전문가들은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믿기 어려운 자료』라고 일축하고 있고 과기처를 비롯한 관계기관도 진상규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소동(?)은 한국수산진흥원 해양자료센터가 지난 14일 오전 2시22분 현재의 영변과 안주주변 지표온도가 섭씨35도 이상의 특이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자료분석 책임자인 한상복 박사는 『우리센터는 바다표면온도 분석에 관한 한 세계적인 권위기관으로 자부한다』면서 이 온도는 대기온도가 아닌 지표온도임을 강조하고 「과학자적 양심」에 따라 분석결과에 과오가 없었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상청관계자는 북한측 기상요원이 측정해 북한과의 전송망 또는 일본지역 기상정보센터를 통해 매일 보내주고 있는 당시의 기상자료 실측치를 인용,믿기 어려운 자료라고 밝히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수산진흥원측의 기준시점보다 28분 늦은 14일 오전 2시50분쯤의 영변 90㎞ 남쪽인 평양지역의 기온(지상 1.5m)이 섭씨14.8도,지표면이 13도였고 서울은 12.5도에 지표온도는 10.7도였다는 것. 또 영변에서 30㎞ 떨어진 안주지역도 기온이 13.4도로 지표온도가 대기온도 보다 1.8도 정도 낮은 것을 감안할 때 같은시각 안주의 지표온도는 11.6도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말하자면 한박사측의 분석결과가 미심쩍다는 간접적인 표명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기상청의 설명을 들어도 영변온도가 과연 35.7도까지 올라갔는지 안 올라갔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다는 점이다.
북한핵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인만큼 관계당국은 진상이 무엇인지 과학적 구명을 하고 국민에게 알렸어야 옳았다. 해양자료센터측의 인위적 또는 기계적 실수가 있었는지,분석상의 착오·위성송수신체계의 결함이 있었는지 등을 밝히고 혹 사실이라면 왜 이같은 현상이 일어났는지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이번 소동은 자연과학이나 현상의 발표에 정확한 검증과정과 함께 국민궁금증의 해소 책임감이 필요함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