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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 담합 첫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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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공정거래위원회가 1998년 분양가가 자율화된 이후 처음으로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분양가를 담합해 올렸는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 조사반은 12일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 1차 분양에 참여한 건설업체들 가운데 간사 역할을 했던 H건설을 전격 방문해 분양과 관련된 자료를 수거해 갔다.

공정위는 지난 7월 동백지구 1차 동시분양(5천2백24가구)에 참여한 6개 업체를 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다. 동백지구 1차 분양에 참가한 업체들은 동시분양을 위해 협의회를 구성했고, 사업이 지연돼 업체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인근 아파트의 시세 등을 감안해 분양가 하한선을 정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지역 아파트의 분양가는 당초 평당 5백만원대로 예상됐으나 실제 분양 때는 평당 7백만원을 웃돌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로 아파트가 분양된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담합했는지에 대한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며 "일부 업체를 우선 조사해 시장상황을 파악한 뒤 조사를 확대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은 분양되는 아파트의 가구수가 많지 않고, 서울시가 동시 분양을 주관하기 때문에 우선 조사대상에서는 일단 제외됐다.

공정위가 아파트 분양가 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금까지는 주로 분양 계약서의 불공정성이나 허위광고 등을 단속해왔다. 공정위는 지난 10월 국정감사 답변 자료를 통해 "특정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가를 일정액 이상으로 책정하는 행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조사와 시정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담합 여부를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멘트나 철강 등 가격체계가 단순한 일반상품과 달리 아파트는 입지나 내.외장재, 브랜드 선호도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파트는 복합상품이어서 담합 여부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현재로선 조사 강도와 범위를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아파트 부녀회가 주민들에게 일정 가격 이하로 아파트를 팔지 못하도록 해 사실상 가격 담합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정위는 "부녀회는 사업자가 아니라 친목단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적인 조사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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